추미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경제 컨트롤타워 안 보인다”비판
민생경제 논의 영수회담 제안
경제할배 이은 ‘경제엄마’ 면모
與의원 “안보는 안보” 고성에
정진석 “어허 쉬잇” 자제 당부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경제엄마’로 거듭났다. 대표로 선출된 지 열흘 만에 국회 본회의장에 선 추 대표는 3개월 전 ‘경제할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이어 민생에 초점을 맞춘 연설로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이려 했다.
추 대표는 “대한민국 경제는 비상시국인데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 주력 산업을 다 까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거 정책으론 지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박 대통령에게 민생경제 전반을 다룰 영수회담 제안했다. 또 “민생경제의 핵심은 공정임금과 조세개혁”이라며 이명박정부가 감면한 ‘법인세의 정상화’도 촉구했다.
그러면서 추 대표는 국무총리 산하에 ‘가계부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경제문제를 해결할 액션플랜을 내놓는데 연설 전반을 할애했다. 추 대표는 “민생보다 정치가 앞설 수는 없다”며 “이념과 진영 논리를 벗어나 정부와 국회가 실사구시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민감한 정치적 현안의 언급은 줄였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선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강풍정책과 외교무능이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만들어낸 패착”이라고 했으나, 반대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추 대표의 경제엄마 변신은 ‘중산층이 강해야 경제가 산다’는 평소 신념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전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연설에서 ‘정치개혁’을 강조하자 민생경제로 응수한 측면도 있다. 추 대표는 최근 연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중산층 빅뱅’ 등의 저서를 집필하는 등 경제 학습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중 단체로 야유를 보내고 집단 퇴장했던 것과 달리 대부분 침묵을 지켰다. 이정현 대표는 연설 시작 전 당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야유나 고함 등은 일절 자제해달라’며 당부했고, 정진석 원내대표는 추 대표 연설 중에 “안보는 안보”라고 소리치는 이완영 의원에게 ‘어허, 쉬잇’하며 말리기도 했다.
‘협치’를 강조한 추 대표도 본회의장 단상으로 향하며 야당이 아닌 새누리당 의원석을 가로지르는 상징적인 행보를 보였다. 연설 후에는 같은 당 의원들과 ‘자축’하는 전례와 달리 여당 의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추 대표의 연설에 대해 여당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야당은 ‘새롭지 않다’고 비판,반응이 상반됐다. 새누리당의 이 대표는 “차분하게 야당으로는 할 수 있는 말과 참고될 만한 말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정 원내대표는 “문제 제기는 같지만, 해법은 너무도 다르다”면서도 “소이부답”이라고 말을 아꼈다. 반면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더민주가) 통합의 정치를 외치면서 이미 집권당이 된 것처럼 행동하지만, 대부분 내용이 남 탓만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추 대표의 영수회동 제안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5월 여야 3당 대표와의 정례회동을 추진하겠다고 한 만큼 추석연휴가 끝난 9월 말에 첫 만남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