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9월 7일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Thylacineㆍ이하 타이라신)가 1936년 9월 7일 멸종됐다. 개를 닮은 머리에 암수 모두 육아낭을 지닌 유대류(有袋類)로, 등에 호랑이처럼 줄무늬가 있어 태즈메이니아 호랑이라고도 불렸으며, 주로 밤에 작은 포유류를 잡아 먹고 살았다. 덩치는 몸 길이 100~130cm로 큰 개만 했고, 유난히 입이 컸다고 알려져 있다.
타이라신은 약 400만년 전에 출현, 호주 전역과 뉴기니 일대에서 번창했다고 한다. 약 5만년 전 현생 인류가 살기 시작하고도, 서로 썩 사이가 좋지는 않았겠지만, 4만8,000여 년을 공생해온 셈이었다. 타이라신이 대륙을 떠나 당시엔 무인도였던 태즈메이니아로 이주한 것은 약 2,000년 전이었다. 대륙에서 종적을 감춘 이유는 인간과 호주 들개 ‘딩고(dingo)’와의 경쟁에 밀려난 결과였지만, 야행성인 타이라신이 대륙에서 아예 멸종될 만큼 자연상태에서의 경쟁이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멸종의 결정타는 1820년대 태즈메이니아 섬에서 목양업이 시작된 거였다. 목양업자들은 타이라신이 양들을 잡아 먹으리라고 판단, 현상금을 걸고 대대적인 사냥을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개체가 희생됐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1900년대 들면서 한해 100마리 이상 잡힌 예가 없었고, 어떤 해에는 두세 마리가 잡히기도 했다. 기록에 따르면 마지막 야생 타이라신이 사냥된 건 1930년이었고, 호주 정부가 타이라신을 보호종으로 지정한 것은, 너무 늦어버린 1936년 7월이었다.
태즈메이니아 주도 호바트 동물원에 있던 타이라신 암수 한 쌍 가운데 암컷이 죽은 건 35년, 이듬해 마지막 개체였던 수컷 ‘벤자민’이 숨을 거뒀다. 호주 정부는 거액의 현상금을 걸고 타이라신 생포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호주와 태즈메이니아 고원지대에서 타이라신이나 그 동물의 흔적을 목격했다는 주장이 이후로도 없진 않았지만, 확실한 증거가 발견된 적은 없다. 그렇게 타이라신은 전설 속으로 사라졌다.
2000년대 들어 미국과 호주의 과학자들이 박제 표본과 에탄올에 보존된 사체에서 DNA를 추출해 여러 차례 타이라신 복제를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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