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안희정 이재명 등 페북 통해 “역할 하겠다”
정치적 부담 덜며 홍보효과… 후발주자로 ‘간 보기’ 성격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기 앞서 힐러리 클린턴은 작년 4월 유튜브와 트위터로 ‘챔피언이 되고 싶다’며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대선을 15개월 남겨 놓은 국내에서도 이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야권 잠룡들의 ‘약식’ 대선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대중과 직접 소통할 수 있고, 전달력도 기존 매체보다 크다는 게 SNS 공간을 선호하는 이유다. 후발주자로서 대선 구도에 본격 뛰어들기 전 군불을 때기 위한 ‘간 보기’ 성격도 있다.
평소에도 SNS 소통을 즐기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 북에 1박 2일간의 호남 방문 소회를 정리하는 글을 올리며 “대한민국의 혁명적 변화를 위해 역할을 다하겠다”고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 했다. 이 시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인이 더) 큰 직위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다”며 “대선에 출마한다는 것도 몇 가지 안 되는 선택지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고 출마 의사를 피력했다.
정치권에서 ‘SNS 출사표’는 이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앞서 안희정 충남지사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생일날인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비욘드 노(노무현을 뛰어넘겠다)’를 선언하며 대권 도전 의지를 다졌고, 김부겸 의원도 최근 페이스북에 “당내에서 싸우겠다”며 대선 경선 참여를 공식화했다.
과거 대선주자들이 정치적 상징성이 있는 공간에서 지지자들을 모아놓고 출정식을 진행하며 세 과시에 나섰던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서대문 독립 공원에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 역시 시민들이 자주 찾는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대권 행보를 노골화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은 덜하면서 지지층에게 존재감을 어필하고, 홍보 효과는 톡톡히 누릴 수 있는 전략이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을 방문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선 출마 질문에 “왜 고민이 없겠느냐”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어지럽고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선 정권교체가 답이다”고 의지를 다졌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