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쉼이 있는…’ 토론회
중ㆍ고등학생 150여명 의견 교환
9시 등교ㆍ동아리활동 활성화 등
조희연 교육감에게 정책 제안
“친구와 대화하고 체육 활동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알아갈 여유 없이는 행복해질 수 없을 것 같아요.” (양재모군ㆍ숭문중 3년)
“휴식권이 아니라 수면권조차 보장 되지 않아요. 아침에 일찍 와서 자습하라고 하면 자는 친구들도 많은데 등교 시간을 아예 뒤로 미루면 어떨까요.” (정다준군ㆍ자양고 2년)
서울 시내 중ㆍ고등학생 150여명이 6일 ‘쉼이 있는 교육’을 주제로 열린 서울교육 상상원탁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휴식이 있는 삶”, “스스로 생각하는 삶”을 요구했다. 행사는 학생들끼리 먼저 40분 간 자유 토론을 벌인 뒤 각 조별 대표가 교육감에게 교육 정책을 제안하는 식으로 3시간 가량 진행됐다.
학생들이 꿈꾸는 ‘쉼’은 소박했다. 박혜진(15ㆍ선일여중 3년)양은 “우리는 잠이 너무 부족하다. 하루에 5~6시간 자는 게 전부”라며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을 나무라는 대신 최소 8시간이라도 잘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선영(16ㆍ여의도고 1년)양은 “체육시간이 일주일에 1시간에 불과하고 시험기간엔 아예 운동장에 나가지 않는다”라며 “몸을 움직이고 친구들과 뛰어 놀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휴식과 여유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쉼이 필요하다는 학생들 호소는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15~24세)들은 OECD 평균보다 3시간 많은 하루 평균 7시간50분을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통계청의 2014년 조사에서도 초등학생의 평일 놀이시간(미디어 이용 시간 제외)은 2시간21분, 중학생은 2시간, 고등학생은 1시간42분에 불과했다.
토론이 끝난 뒤 의견을 모은 학생들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9시 등교 ▦동아리활동 활성화 ▦수업 선택 자율권 확대 ▦토론 수업 및 예체능 수업 확충 등 정책을 제안했다. 조 교육감은 “학생 자율권을 넓히고 휴식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나온 학생들 의견을 종합해 중장기 교육 정책 사업에도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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