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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무차별 무슬림 진압…“카슈미르는 눈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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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무차별 무슬림 진압…“카슈미르는 눈을 잃었다”

입력
2016.09.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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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경찰, 분리주의 시위대에

산탄 무차별 난사하며 강경진압

눈에 맞은 주민 600여명 실명위기

국제사회 심각한 우려 표명

의사들도 “사용 중지” 가두 시위

내무 “최루탄 대체” 무마 나서

복면을 착용한 카슈미르 시위대들인 1일 거리에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슈미르=AP 연합뉴스
복면을 착용한 카슈미르 시위대들인 1일 거리에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슈미르=AP 연합뉴스
지난 7월 13일 카슈미르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 얼굴에 경찰이 발포한 공기총 산탄을 맞은 한 청년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카슈미르=AP 연합뉴스
지난 7월 13일 카슈미르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 얼굴에 경찰이 발포한 공기총 산탄을 맞은 한 청년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카슈미르=AP 연합뉴스

“평범한 이들이 눈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는 즉각 산탄 사용을 중단하라.”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인도령 잠무-카슈미르의 주도 스리나가르의 슈리마하라자하리싱(SMHS) 병원 의사들은 정부의 산탄 사용 중지를 요구하면서 가두 시위에 나섰다. 한쪽 눈에는 안대를 착용한 채였다. 정부가 카슈미르 분리주의 시위대를 향해 공기총의 산탄을 난사해 수백명이 실명 위기에 처한 현실을 항의하는 퍼포먼스였다.

인도 정부가 무슬림 거주지인 카슈미르 지역의 분리 독립 움직임에 강경 대응하며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경찰의 공기총 산탄 사용으로 수백명이 실명될 처지에 놓였다. 국제사회의 비난에 인도 내무부가 산탄 사용을 중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위대와 정부가 강대 강 대립을 지속하며 민간 피해가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군이 카슈미르의 쇼피안 지역에서 수천명의 분리주의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산탄총을 난사해 100여명이 부상했다. 이로써 경찰의 산탄 사용으로 실명 위기에 처한 카슈미르 주민은 6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집계된다. 인도 경찰이 사용하는 산탄은 비살상용이지만 눈에 맞을 경우 망막과 시신경 손상으로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보도에서 “카슈미르 병원은 눈에 붕대를 감은 산탄 피해자들로 가득하다”며 “카슈미르 주민에게 올해는 데드아이(실명)의 해로 기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슈미르에서는 지난 7월 8일 주민들의 지지를 받던 이슬람 분리주의 무장단체 히즈불 무자히딘의 청년 지휘관 부르한 와니(22)가 인도 치안 당국의 공격으로 사망하며 대규모 시위가 촉발됐다. 경찰은 “시위대가 경찰서에 불을 지르고 무기를 탈취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며 초기부터 강경 진압에 나섰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현재까지 양측의 충돌로 민간인 71명이 사망하고 6,000여명이 부상했다.

국제사회는 인도 정부의 강경 대응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NYT는 “이집트나 바레인 등에서도 시위 진압에 산탄을 쓰지만 비무장한 시민들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며 “특히 인도에서도 카슈미르에서만 산탄이 사용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라지나트 싱 인도 내무장관은 5일 “전문가 위원회의 제안으로 산탄을 대신해 합성캡사이신(PAVA) 최루탄을 쓰기로 했다”고 밝히는 등 진압 수위를 낮추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폭력 시위와 강경 시위는 이어졌고 카슈미르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AP통신은 한 시위대를 인용, “비폭력 시위를 벌이던 젊은 세대들은 그동안 아무것도 얻지 못했음을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의 한 정부 관계자는 “카슈미르의 젊은 세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과 같다”고 우려했다.

시위가 격화되며 카슈미르 지역의 경제도 초토화됐다. 카슈미르의 주도 스리나가르는 인도의 주요 여름 휴양지로 꼽히지만,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ㆍ경이 거리를 점령하며 하루 평균 1만2,000명이던 관광객은 200명 수준으로 줄었다. 호텔 객실 점유율은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슈미르는 힌두교 인구가 국민의 80%를 차지하는 인도 29개 주에서 유일하게 이슬람 인구가 77%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1948년부터 줄기차게 분리독립이나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 편입을 주장하며 분리주의 반군과 인도 정부가 교전을 벌여 지금까지 약 6만 8,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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