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따른 해상 물류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재 400억원을 내놓고, 그룹 차원에서도 한진해운 자산을 담보로 600억원을 지원한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결정이지만 물류대란을 해소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자금 규모여서 상황이 크게 나아지긴 힘들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6일 컨테이너 하역 정상화를 위한 대책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의 미국 롱비치터미널(TTI) 지분 및 대여금 채권을 담보로 600억원을 마련하고 조 회장이 사재 400억원을 출연해 총 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단 한진해운 선박들의 화물 운송에 숨통을 터주기 위한 조치다. 중국 항만에서 선박 두 척이 추가로 가압류되는 등 이날 오후까지 26개국 50개 항만에서 운항차질이 빚어진 한진해운 선박은 85척으로 늘었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400억원 조달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로선 주식 담보 대출이 유력해 보인다. 나머지 600억원은 TTI 채권 등을 담보로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자체적으로 충당한다.
한진그룹은 자금 지원 외 그룹 계열사를 동원한 한진해운 화물 수송에도 나섰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화물 하역을 지원해온 ㈜한진은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대체 수송 방안 마련 등을 강구하고 있다. 대한항공도 긴급 수송 등 가용할 수 있는 화물기를 최대한 동원, 물류대란 해소에 동참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수출입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000억원 지원 결정을 내렸다”며 “TTI 채권 등 담보를 통한 지원은 법원 승인이 가능할 것이란 변호사 자문을 거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재 출연 외에 600억원은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 자산을 대한항공이 담보로 잡는 방안인데다 법원과의 사전 협의가 없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설령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전 세계 항만에 밀린 하역비와 항만사용료(약 2,2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 자산을 담보로 마련한다는 600억원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당정도 측면 지원을 검토 중이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정부와 당정협의 후 한진그룹의 담보를 조건으로 1,000억원 이상을 장기 저금리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법원의 요청이 있다면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