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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바위 깨던 네팔 소년, 희망의 드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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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바위 깨던 네팔 소년, 희망의 드리블

입력
2016.09.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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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대책 희망월드컵 서울 개최

주한 외국인 노동자 자녀 등

세계 각국 빈곤아동 110명 초청

생계 짐 내려놓고 함께 뛰어

“아버지 볼 생각에 고향서 맹훈련

말로만 듣던 한국서 축구해 감격”

6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 첫 경기인 대한민국과 네팔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공을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6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 첫 경기인 대한민국과 네팔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공을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이유요? 형편이 어려운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서죠.”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 현장. 네팔 아동선수팀 수비수 수라즈 미자르(14)군은 한국팀과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강슛을 수차례 막아 팀의 7대1 완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수라즈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32㎞ 떨어진 마하데브베시의 산골 마을에서 바위를 망치로 깨 건축용 자갈을 만들던 아동 노동자였다. 어릴 때부터 축구선수의 꿈을 품었으나 하루 종일 돌 깨는 소리만 허공을 갈랐던 작은 동네에는 맘껏 공을 찰 수 있는 변변한 운동장 하나 없었다.

수라즈에게 희망이 비친 건 올해 3월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이 손을 내밀면서다. 빈곤에 시달리는 전 세계 아동들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겠다는 취지로 기아대책이 기획한 희망월드컵 명단에 수라즈도 포함된 것. 그는 “집 앞 강가에서 바람이 빠진 공으로 연습할 때와 경기 환경이 많이 달라 어려움이 많았다”면서도 “경기에서 이겨 부모님이 좋아할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희망월드컵 첫날 경기가 열린 이날 효창운동장은 각국 어린이 110명이 지르는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한국을 비롯해 네팔 말라위 브라질 베트남 등 기아대책과 결연한 10개국에서 온 어린이들이다. 훈련 기간은 5개월 여로 짧았지만 어린 축구선수들의 패기와 열정만큼은 프로선수 못지 않았다. 여기에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수백명의 흥겨운 응원이 더해지면서 경기는 국가대표 대항전을 방불케 했다.

출전 선수들 가운데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아동들이 많았다. 키 137㎝의 작은 체구로 필리핀팀 스트라이커를 꿰찬 커트 케나이 산티아고(12)군도 그 중 한 명이다. 커트의 아버지는 2006년 외국인노동자로 한국에 들어와 10년 넘게 아들과 떨어져 살고 있다. 해군을 꿈꾸던 그가 축구를 시작한 것도 아버지가 너무도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커트는 “아버지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고산지대인 고향 마을에서도 열심히 훈련했다. 수화기 너머 아버지로부터 말로만 들어 온 한국에서 직접 축구를 하게 돼 감격스럽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희망월드컵은 크고 작은 갈등 탓에 멀어진 가족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도 한 몫했다. 알코올중독을 앓던 우간다팀 몰리(13)양 아버지는 딸의 희망월드컵 출전을 돕겠다며 4년 만에 가정으로 돌아왔고, 학교 생활을 소홀히 해 부모님과 마찰이 잦았던 같은 팀 조셉(17)군도 월드컵 참여를 계기로 공부에도 흥미를 찾게 됐다. 임수진 기아대책 홍보팀장은 “선수로 발탁된 친구들이 또래의 부러움을 사면서 부모님의 보람도 커져 가족간 정도 더욱 깊어졌다”고 말했다.

오지에 흩어진 선수들을 한 데 모아야 한 탓에 훈련은 녹록지 않았다. 적게는 수백, 많게는 1,000명이 넘는 지원자 중 선수로 활약할 11명을 뽑는 일부터 기초체력을 기르려 식습관을 조절하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목표의식과 동료애 등을 배우며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우간다 팀을 이끈 이명현 기아대책봉사단원은 “가족 생계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 했던 소년ㆍ소녀들이 학교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고 전했다.

경기는 9일까지 진행되지만 참가자들은 12일까지 한국에서 머물면서 한국문화를 익히고 친선 경기도 치를 예정이다. 기아대책은 희망월드컵의 성과를 확인한 만큼 행사를 정례화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기아대책 관계자는 “축구를 통해 환경의 어려움을 극복한 희망월드컵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이들이 귀국 후에도 자신감을 갖고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후원을 주선하겠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네팔 수비수 수라즈 미자르 군이 포즈를 취했다. 희망월드컵은 국제구호단체인 ‘기아대책’과 결연을 맺은 세계 10개국에서 참가했다.
네팔 수비수 수라즈 미자르 군이 포즈를 취했다. 희망월드컵은 국제구호단체인 ‘기아대책’과 결연을 맺은 세계 10개국에서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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