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단체 보이콧 철회 안해
“개막일까지 대화ㆍ설득할 것”
출품작 69개국 301편
개막작 한국 장률감독 ‘춘몽’
폐막작 이라크産 ‘검은 바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다음달 6일 개막한다. 독립성 침해 논란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은 끝에 정상을 되찾긴 했지만 영화계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갈 길이 아직 멀다.
부산국제영화제 이사회는 6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행사 계획을 발표했다. 김동호 이사장은 “올해 영화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정상적으로 열려야 한다는 것과 20년간 지켜온 독립성과 자율성을 반드시 지켜가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며 “지난 2년간의 갈등을 전화위복 삼아 새로운 20년을 향해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부산영화제는 2014년 당연직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이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 중단을 요청하며 외압 논란에 휩싸였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부산시의 사퇴 종용 및 검찰 고발, 사실상의 해촉으로 이어지며 갈등이 깊어졌다. 급기야 영화계는 지난 5월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후 조직위원장이 민간으로 넘어오고,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명시한 정관 개정이 이뤄지며 정상화를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 김 이사장은 취임 이후 9개 주요 영화단체로 구성된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만나 부산영화제 참가를 설득해 왔다. 하지만 이 가운데 4개 단체는 아직 보이콧을 철회하지 않았다. 때문에 반쪽짜리 영화제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이사장은 “영화제가 개최되는 날까지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가 영화제 참가 조건으로 내건 부산시장의 사과 등에 대해서는 “부산시장을 대신해 이사장으로서 거듭 사과를 했고, 재발 방지는 정관에 충분히 장치가 마련됐다”면서 “이 전 위원장의 명예회복은 재판 결과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내달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과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등에서 열린다. 초청작은 69개국 301편으로, 75개국 304편이 초청됐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에서 첫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가 96편(장편 66편, 단편 30편), 자국 이외 지역에서 첫 공개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가 27편(장편 25편, 단편 2편)이다.
개막작은 한국 장률 감독의 신작 ‘춘몽’이다. 한국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는 2011년 ‘오직 그대만’ 이후 5년 만이다. ‘춘몽’은 작은 술집을 운영하며 전신마비 아버지를 돌보는 젊은 여자와 주변 세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폐막작은 이라크 출신 후세인 하산 감독의 ‘검은 바람’이 선정됐다. 지고지순한 사랑과 전통적 가치관, 종교관 사이의 충돌을 그린 작품이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2년간의 성장통은 지나온 20년을 성찰하는 기회이기도 했다”며 “올해는 부산영화제 본연의 모습을 공고히 하고 아시아와 한국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영화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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