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특정다수 남성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성병 보균자’라고 폭로한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김모(20ㆍ여)씨를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6월 말 인스타그램에 ‘성병패치’ 계정을 개설한 뒤 “한국 남자 각종 성병캐리어(성병보균자) 제보 받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익명의 제보자들로부터 정보를 입수한 김씨는 7월 초까지 박모(40)씨 등 피해자 50여명의 얼굴 성명 나이는 물론, 걸린 성병 이름까지 신상정보를 무차별 폭로했다.
김씨는 또 피해자들이 글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자 “병원에서 성병검사를 받고 진단서에 음성이라고 나왔을 경우에만 게시글을 삭제하겠다”고 공지했다. 실제로 고소인 중 일부는 게시글을 지우려 김씨에게 진단서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유사 계정을 만들어 범행을 지속했고, 계정 인증 시에는 1회용 이메일을 사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김씨의 범행은 미국 인스타그램 본사가 한국 경찰의 유사 범죄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 시작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비슷한 시기에 수사에 착수한 ‘강남패치’와 ‘한남패치’ 운영자 역시 최근 검거돼 불구속 입건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성에게 성병과 같은 피해를 주는 남성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해외 SNS 본사와 협력해 타인의 인격을 훼손하는 범죄는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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