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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허접하면 뽀록난다

입력
2016.09.0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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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뽀록나다’는 포털 국어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만 일본말에서 유래 된 것이어서 ‘들통나다’로 쓸 것을 권장한다. 그래도 필자 생각에는 ‘뽀록난다’고 해야 제맛이다.

최근, 두 달 동안 1,000만원 가까운 돈을 받고 책 쓰기를 가르친 A씨가 다른 사람이 쓴 기사나 글을 아무런 인용 표시도 없이 자신이 쓴 글처럼 짜깁기해서 몇 권의 책을 냈다는 사실이 한 뉴스 매체에 의해 밝혀졌다. 자칭 천재 A씨가 운영하는 카페에 가 보면 ‘책 계약과 함께 벤츠 계약’ ‘책 쓰고 벤츠 구입’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는데 글을 쓰려는 사람들의 모임인지, 벤츠 구매 동호회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필자도 책 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이기에 이 글을 쓰기가 조심스럽다. 다만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오래전부터 물어 왔다. “당신은 왜 책을 내려 합니까.” 물론 “인세를 받아서 벤츠를 사고 싶다”고 대답한 사람도 한 명 있었다. 그는 성공의 척도로 벤츠를 사고 싶은 게 아니라, 지금 몰고 다니는 아우디가 싫증 나서 그렇게 대답했단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답은 “잘난 척하고 싶어서”였다. 솔직한 고백이었다.

요즘 자비로 만든 책을 선뜻 내미는 사람들이 많은데 책 내용을 들여다보면 허망하다. ‘나는 하루에 열 번씩 행복하다고 독백을 했다. 그랬더니 진짜 행복해졌다’(증명 불가능한 간증). ‘편의점 진열 방식을 바꾸었더니 마을 방송국에서 취재해 갔다’(백 가구 사는 마을에서나 통하는 뉴스). ‘수년의 노력 끝에 결국 페이스북 좋아요 1,000번을 달성했다’(마크 저커버그가 들으면 좋아할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겠지만 나는 성공했다’(인정 못 받는 자의 독백). ‘우리 딸이 너무 예뻐 죽겠다, 당신 딸 아니고 우리 딸 예쁘게 보는 방법’(제발…).

도대체 사람들은 왜 작가가 되고 싶어 할까. 만약 누군가 “나는 가수입니다”하면 노래를 한번 불러 보라고 할 거다. 피아니스트라고 하면 피아노를 한번 쳐 보라고 할 거다. 하지만 작가한테는 “글을 한번 써 보라”고 하지 않는다. 의사가 되려면 의과대학을 나오고 인턴과 레지던트 등 고난의 세월을 겪어야 한다. 의사 되기 어렵다는 걸 알기에 우리는 의사를 존중한다. 변호사가 되려면 사법시험이라는 고난도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박사가 되려면 수억원의 돈과 수만 시간의 공부가 전제되어야 한다.

작가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지난한 훈련과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시험이나 등단을 거쳐야만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편집자의 객관적 평가를 통과한 뒤, 출판 시장에서 독자들이 돈 주고 산 저서가 일정량 있어야 작가 혹은 저자라 할 수 있다. 자기 돈으로 출판해서 책을 내고 그 책을 무료로 나눠 준 다음, 명함에 당당히 저자라고 새기는 사람은 어렵게 글을 쓰는 작가들을 은연중 모욕하고 있는 셈이다. 작가 혹은 저자라는 타이틀을 훔치는 행위요, 심하게 말하면 사기다. 미국 출장 중에 성추행으로 퇴출당했다가 자기가 만든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면서 작가 행세를 하게 된 사람을 보라.

출판계에 국한된 이야기일까. 영화감독이라 해서 알아보니 SNS에 5분짜리 영화를 올렸다. 시인이라는데 발표한 시는 ‘~스토리’나 ‘~밴드’에 있다. PD라는데 페이스북에 가끔 자기 얼굴 찍어서 올리는 게 전부다. 서너 개의 동영상이나 글을 올리고는 대단한 방송이나 제작을 하는 것처럼 허세를 떤다. 전 인류를 연예인으로 만들어야 먹고 사는 소셜네트워크와 해상도 높은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거품이다.

맹자는 말했다. ‘성문과정 군자치지(聲聞過情 君子恥之ㆍ실력보다 명성이 앞서는 것을 군자는 부끄러워한다)’고. 어설프게 자신을 알리려고 애쓰지 말자. 허접한 실력은 금방 뽀록, 아니 들통나게 마련이다.

명로진 인디라이터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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