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출신 아랍계 경찰을 대거 충원하고 있다. 지난해 말 아랍계 주민의 생활 개선을 위해 38억 달러(약 4조1,990억원)를 투자했던 이스라엘 정부가 올해에는 파격적으로 아랍계 경찰을 증원하기로 한 것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길라드 에르단 이스라엘 공공안보장관은 지난 4월 전체 경찰(약 3만명)의 1.5%(450명)에 불과한 아랍 출신 경찰관을 3년 안에 1,350명 이상으로 증원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이스라엘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무슬림 경찰청 부청장 임명과 더불어 경찰학교 지원자 가운데 아랍계 신입생을 700명이나 받아들이는 등 파격 인사를 실행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들 아랍계 신규 경찰관을 아랍인 밀집지역에 신설될 예정인 12개 경찰서에 집중 배치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처럼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출신이 대부분인 아랍계를 대거 경찰에 투입하는 이유는 대다수 범죄가 아랍인 거주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그간 전체 살인사건의 60%, 교통사고의 40%가 인구 5분의 1에 불과한 아랍민족에 의해 발생했다. 시민단체 ‘아브라함 펀드 이니셔티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아랍인이 개입된 방화와 절도는 각각 58%, 47%에 달했을 정도이다. 겉보기에는 유대인 일색인 경찰조직에 다양성을 불어넣고 유대인보다 의사소통이 용이한 아랍계 경찰을 아랍인 사회에 투입하기 위한 시도로 비쳐진다. 에르단 장관은 “아랍인 경찰관은 지역 특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증거 수집에도 유리하다”며 “수사의 효율성이 크게 제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실상은 아랍인 사회의 치안 불안감이 주류 유대인 사회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많은 팔레스타인계 시민들은 이스라엘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이 단지 아랍인들이 일으키는 범죄가 유대인에게 옮겨가는 골치아픈 상황을 최소화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믿는다”고 분석했다. 아랍계 인사들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아브라함 펀드 이니셔티브 집행부이사 암논 베에리 수리즈지에누는 “아랍민족의 권익 신장에 별 도움 안 될 것”이라 아랍계 경찰 증원 정책을 평가했다. 아랍계 국회의원인 아이만 오데는 NYT에 “경찰 증원이 아닌 의식 개선이 보다 시급하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강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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