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ㆍ편의점ㆍ식당 등
상가 앞 지장물 설치 버젓이
행복청 위반 실태 단속 허술
세종시 “자치사무 돌려달라”
세종시 신도심에서 고기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식당 뒷문 야외에 목조데크를 설치해 영업을 하고 있다. 야외에서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손님을 위해서다. 오가는 행인들의 눈에 잘 띄어 가게 홍보 효과도 있다. 게다가 식당의 고급스런 이미지도 더할 수 있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데크를 설치했다.
1년쯤 전부터 신도심에서 40여㎡ 크기의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B씨도 가게 밖 목조데크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영업 중이다. B씨는 “인테리어업자들이 요즘 커피숍은 밖에 데크를 설치해 영업하는 게 기본이라고 해 잠시 고민하다 수백만원을 들여 만들었다”며 “손님들도 좋아해 대체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A씨와 B씨는 모두 아무렇지 않은 듯 영업하고 있지만 사실 둘 다 현행법 위반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의 지구단위계획 상 도심 속 상가 앞 도로에는 엄연히 목조데크 등 지장물 설치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신도시가 상권 발달에 따른 도심 속 각종 불법 시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인들은 점포 밖에 불법 시설을 두고 영업을 하고 있지만 신도시 관리감독권을 가진 행복청은 이를 사실상 방치하다 뒤늦게 단속에 나섰다.
5일 행복청과 세종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도시 1단계 건설을 마치고, 올해 2단계 건설로 접어들며 정주여건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출범 초기 10만여명이던 인구는 지난 8월 말 현재 23만4,000여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인구 증가에 따라 생활편의시설도 대폭 증가하고 있다. 신도시 내 상가건물은 지난 6월 말 기준 264개로 전년(166개)보다 60% 가까이 늘었으며, 음식점도 지난해 425곳에서 올해 799곳으로 88%나 증가했다.
생활편의시설 확충으로 주민들의 정주여건은 좋아지고 있다지만 도심 속은 각종 불법 시설이 판치는 등 엉망이 되고 있다. 편의점과 커피숍, 식당 등을 중심으로 건물 밖에 목조데크나 간이천막 등 불법 시설을 두고 영업하는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 이는 도시 형성이 마무리 단계인 1생활권과 2생활권은 물론, 최근 본격 개발되고 있는 3생활권에서도 손쉽게 볼 수 있다.
이는 단속 권한을 가진 행복청이 수년째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행복청은 명품도시에 맞는 이미지 창출을 위해 도시 전 지역을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하고,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지구단위계획은 합리적인 토지 이용과 체계적인 개발을 유도하고, 건축ㆍ시설물 등의 정비를 통해 도시의 미관과 기능을 증진시키기 위해 수립하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가 수립하고 광역자치단체가 심의 결정하는 대표적인 지방자치사무 가운데 하나다.
지구단위계획 상 전면공지(보도를 포함한 도로 경계선과 건축물 사이의 공지)에 데크나 파라솔, 영업시설물, 실외기 등을 설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행복청은 도시 개발에만 열을 올리며 수년 간 지구단위계획 위반 실태에 대한 단속 활동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않았다. 어쩌다 신고나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점검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나마 담당부서 등을 중심으로 단속팀을 꾸려 5일부터 단속에 나섰지만 늦어도 한참 늦은 ‘뒷북대응’일 수밖에 없다.
행복청은 세종시의 지방자치사무 이관 요구는 무시하면서 책임 있는 사무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행복청은 명품도시 건설을 위해 지방사무를 내줄 수 없다면서 도심 속 불법 시설이 횡행할 때까지 손을 놓고 있었지 않냐”고 말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그 동안 지구단위계획 위반 단속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건축물 준공, 불법건축물 단속 등을 통해 나름 확인을 해왔다”며 “다소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적극적으로 단속활동을 벌여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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