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질박한 형식이 낯설었지만 귀담아 들을 내용이 적지 않았다. 야당의 국정협조를 촉구하는 연장선이긴 하나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의 비협조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새누리당 대표의 사과를 굳이 폄하할 이유는 없다. 새누리당이 소홀했던 호남에 대해 차별을 인정하고 연합정치까지 거론한 것 또한 정치적 의도를 감안해도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서두에서 의원 갑질 실태를 열거하고 국회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내부자 고발’로 비칠 정도로 적나라하다. “곧 폐교될 시골 중학교에 수십억 원을 들여 체육관을 짓고 의원 업적으로 자랑하는 것을 봤다”거나 하인을 대하듯 공무원에게 삿대질을 하고 윽박지르는 데 그치지 않고 “민원 거절에 무형의 보복을 암시하거나 실제로 보복성 질의를 한다”고 밝힌 대목은 인상적이다.
그는 “부정한 청탁을 마다하지 않고 의원 대접받기를 강요하며 절대선을 자처하는”행태를 비판하며 “의원 외교에 나가 많은 비용을 쓰고 무엇을 하고 오는지 모르겠다”고도 꼬집었다. 또 “국회 실상을 국민 앞에 전부 공개하자, 우리 스스로 도망칠 곳이 없게 만들자”고 제안한 용기도 평가할 만하다. 특히 그가 “국민이 국회법, 국회 관행, 의원 행태, 의식을 1년간 지켜보며 진단케 하자”며 밝힌 ‘헌정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 제안에 대해서는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가 당장 심도 있게 검토할 만하다.
이 대표가 연설에서 인용한 ‘국해(國害) 의원’등 거친 표현을 들어 “국회와 동료 의원, 야당에 대한 도를 넘는 비난과 성토로 일관했다”거나 “정치혐오에 편승해 의회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야당 반응이 이상할 정도다. 그의 연설을 계기로 야당 또한 특권 해체로 가는 시대 조류, 의원 갑질에 대한 국민 정서를 되새겨 보아 마땅하다. 다만 그동안 새누리당 의원들이야말로 갑질의 전형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여당이 “국회의 혁명적 개혁”에 앞장서지 않는다면 이 대표의 이날 제언은 또 다른 위선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이날 야당에 생산적 입법 활동과 안보 등에서의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다. 그 부재에는 청와대 책임도 컸다. 안보 현안을 두고 야당과의 소통이 부족했음은 물론이고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를 포함한 인사 문제에서도 ‘국회 무시’로 일관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에 대해 한마디 쓴소리도 하지 않았다. 이날 연설의 가장 큰 한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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