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을 당한 뒤 신경이 손상돼 특정 부위에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통증을 신경병성 통증이라고 한다. 주로 팔다리에 발생하며, 크게는 골절상과 자상에서 작게는 타박상 등의 외상이나 뇌졸중 등과 같은 혈관질환이나 수술 후 주로 생긴다. 정확한 원인을 알기 어려운데다 특별한 외상이 없어 꾀병으로 오해 받곤 한다.
신경병성 통증 환자는 통증 자체로도 괴로울 뿐만 아니라 불면, 우울증 등으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져 일상생활이 아주 어렵다. 그러나 통증은 ‘그냥 참고 견뎌야 하는 것’으로 치부돼 통증 질환을 방치하는 환자가 많은 게 현실이다. 신경병성 통증은 심하면 다른 합병증까지 유발하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신경병성 통증 치료제의 대표 주자인 리리카(성분명 프레가발린)는 2006년 국내 출시된 이래 지난 10년 동안 뇌전증뿐만 아니라 신경병성 통증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리리카는 성인에서 말초와 중추 신경병성 통증 치료제, 성인 환자에서 2차적 전신증상을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은 부분 발작 보조제와 섬유근육통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과도하게 흥분된 신경세포를 진정하고 신경세포 기능을 정상세포 수준으로 복구해 통증을 억제한다.
출시 10주년을 맞은 지금까지 리리카가 꾸준히 쓰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통증 질환 치료에서 빠르고 강한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120개국에서 처방되고 있는 리리카는 우수한 통증 완화 효과뿐 아니라, 수면장애 등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로 평가 받고 있다.
2014년 9개의 리리카 관련 임상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리리카는 위약 대비 50% 이상 신경병성 통증을 완화했고,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병성 통증 환자의 삶의 질과 통증으로 인한 수면장애를 유의하게 개선했다. 이 같은 풍부한 임상경험과 많은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2011년 미국신경학회(AAN)가 발표한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병성 통증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유일하게 최고등급(Level A)으로 권고되기도 했다. 리리카의 빠른 효과와 입증된 안전성 프로파일 외에 하루 두 번 간편한 용법용량이어서 환자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그동안 신경병성 통증 분야에서 다양한 적응증과 보험급여 확대를 이끌어 온 리리카에게 최근 희소식이 더해졌다. 지난해 8월부터 척추수술 후 통증 치료에도 보험급여가 확대돼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게 됐다. 올 3월부터는 국내 당뇨병으로 인한 말초 신경병성 통증 치료를 위해 치옥타시드(TA) 경구제와 함께 리리카를 병용 투여하는 경우에도 보험급여가 적용된다.
내년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는 리리카는 오리지널 약과 제네릭 약 사이의 특허 소송에서 용도 특허를 인정받은 이례적인 약이기도 하다. 덕분에 특허만료 시점인 2017년 8월까지 리리카의 제네릭 약은 통증 치료에는 사용될 수 없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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