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논란의 해법으로 한미중 3국 협의체를 제안했다. 미중 양국간 이견 해소 없이는 매듭을 풀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드에 대한 본질적인 시각 차이에다 중국이 한미 양국을 동시에 상대하는 부담을 짊어질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성사 가능성 자체가 높지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한미중 간 소통을 통해서도 건설적이고 포괄적인 논의를 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제안했다. 그간 박 대통령은 중국의 반대와 관련해 사드가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용이라고 설명해왔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가 직전에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도 필요하지 않다는 일종의 조건부 배치론을 언급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미국을 포함한 3자 협의를 제안한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이해당사국으로 들어와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활용해나가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이 한국에 사드 시스템을 배치하는 데 반대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고, 한국 역시 미국과의 합의를 거쳐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키로 한 만큼 3국이 머리를 맞대자는 취지라는 얘기다.
하지만 3자 협의는 그 가능성 자체부터 낮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무엇보다 사드를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의 일환으로 보는 중국이 이를 협상테이블에 올릴 리 만무한데다 한국ㆍ미국 대 중국이라는 비대칭적 구도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에서다. 냉혹한 국제사회의 역관계를 감안할 때 미중 간 이견 해소 없이는 3자 협의 자체가 무의미하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이날 제안이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담은 것이라기 보다 희망사항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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