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횟집 매출 50~80% 급감…거제 450여곳 중 100여곳만 영업
횟집 상인들 분통…“명확한 감염경로, 오염원부터 밝혀져야”
#1 부산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모(53ㆍ여)씨는 요즘 부쩍 한숨이 늘었다. 콜레라발 불황 탓이다. 여느 때 같으면 오후 7시쯤 26개 테이블 중 3분의 2가 손님으로 가득 찰 터였지만 4일에는 1~2개 테이블 밖에 받지 못했다.
#2 연이어 3명의 환자가 발생한 거제시 장승포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37ㆍ여)씨는 예약손님을 받은 게 언제인지 모른다고 했다. 김씨는 “콜레라 환자가 나온 뒤 손님들의 예약취소가 이어졌다”며 “죽을 맛이다”고 토로했다.
#3 경남 통영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46)씨는 “원인부터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회를 먹고 그랬다는 게 확실치는 않다”며 “통영과 거제의 영세상인들은 70~80%가 물고기로 먹고 산다”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발생한 네 번째 콜레라 환자의 유전자지문이 종전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지만 감염경로(오염원)에 대한 보건당국의 ‘깜깜이’ 발표에 횟집 상인들은 울상이다. 이들은 하나 같이 추정이 아닌 확실한 원인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5일 한국외식업중앙회 부산시지회에 따르면 해변 횟집이 많은 부산 중구, 수영구, 사하구, 해운대구, 기장군 등에 위치한 총 820여곳의 횟집 매출이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80%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수 한국외식업중앙회 부산시지회 경영지원부장은 “영업 중이냐 여부가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문을 연 곳이라고 해도 개점휴업인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부산지역 횟집 매출은 국내 첫 번째 콜레라 환자가 발생할 때부터 서서히 줄기 시작해 최근 부산에서 콜레라 환자가 나오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5일 오후 부산에서 발생한 콜레라 환자 A(47)씨의 콜레라균 유전자지문이 앞서 경남 거제에서 발생한 환자 3명과 다르다고 발표했다. 콜레라의 평균 잠복기가 2~3일인 점을 감안하면 감염경로가 해외일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A씨는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필리핀 여행을 다녀왔고 이튿날인 29일부터 증세를 호소했다. A씨는 29일 오후 부산 사하구의 한 초밥집에서 식사를 하긴 했지만 잠복기를 감안하면 식당과의 연관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은 만일에 대비해 식당 관계자 6명과 접촉한 가족, 필리핀 여행에 동행한 지인, 의료진 등 15명에 대해서도 콜레라 검사를 진행했지만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A씨의 국내 감염 가능성은 더 낮아졌는데도 횟집들의 불황은 여전하다.
특히 콜레라 환자 3명이 발생한 경남 거제는 직격탄을 맞았고 불똥은 인근 통영에도 튀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경남거제시지부와 통영시지부에 따르면 거제지역 횟집은 전체 450여곳 중 100곳 가량만 영업 중이고, 통영은 전체 200여곳 중 30~40%가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김계수 경남거제시지부 사무국장은 “거제 바닷물과 횟집생선을 조사했는데 이상이 없으면 그렇다고 발표를 해줘야 한다”며 “질병관리본부가 덜 익혀진 부분에서 감염됐을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을 발표해 피해가 더 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과 경남 거제, 통영지역의 횟집 상인과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들은 공히 “추정과 가능성이 아닌 확실한 발표를 해달라. 이대로 가면 횟집 문을 다 닫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