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현지공장 방문 한달 만에
美ㆍ멕시코 시장 순방 강행군
이달말 美 출시 G90 안착 모색
고급차 등 역량 강화 주문 예상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러시아 등 유럽 현지 공장을 점검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장거리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에는 미국ㆍ멕시코다. 현장경영을 통해 올해 현대ㆍ기아차의 승부처가 될 미국 시장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5일 정 회장이 이날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로스앤젤레스(LA)의 현대차그룹 미국 판매법인에서 업무 보고를 받은 뒤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정 회장의 미국ㆍ멕시코 방문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6개월만이다.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판매 비중에서 미국(18%)은 중국(22%)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하반기 먹구름이 낀 유럽시장과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 정체 등을 감안하면 현대ㆍ기아차에게 미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다행히 글로벌 저성장으로 2012년 이후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는 오히려 선전하고 있다.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은 1~8월 1,167만9,000대의 판매량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5% 성장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현대ㆍ기아차는 같은 기간 96만3,000대를 팔아 2.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정 회장은 이번 미국 방문길에 “글로벌 업체들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은 중요한 시장”이라며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미국 시장을 통해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파악하고 혁신과 품질로 이러한 미래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라고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정 회장은 고급차ㆍ친환경차ㆍ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등 3대 역량 강화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달 미국 고급차 시장에 상륙한 제네시스 G80와 이달 말 출시될 G90(한국명 EQ900)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특단의 지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출시 이래 처음으로 미국 중형 고급차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넘기는 등 입지를 다지고 있는 제네시스는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가 좌우되는 결정적 시기를 맞고 있다. 아울러 승용차에서 SUV와 픽업트럭(짐칸의 덮개가 없는 소형트럭) 등으로 이동하는 수요와 친환경차 시장의 확대 경향에 맞춰 해당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시장을 점검한 뒤 정 회장은 멕시코 누에보 네온 주로 이동해 7일(현지시간) 예정된 기아차 멕시코 공장 준공식에도 참석한다. 2014년 10월 착공된 뒤 지난 5월부터 포르테(한국명 K3)를 양산하기 시작한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남미와 북미 시장 공략의 요충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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