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한 대학생이 ‘These are my results. Here’s what I found’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장 끝을 모두 올려 말한다. 평서문이기 때문에 당연히 끝을 내려야 하는데 마치 질문처럼 끝을 올리는 말투, 이른바 uptalk, upspeak, upward inflection, high rising terminal인데 미국에서는 valley talk, valley (girl) speak라고 부르는 유행성 억양이다. 지적도 당하는 이 말투가 어느새 세계적 유행 억양으로 퍼져 나갔다.
우선 이런 억양은 반감이 많다. 기성세대는 이런 억양을 nasty, irritating, annoying accent라고 부른다. 직장이나 professional career에서는 절대 환영 받지 못하는 억양이다. 일부에서는 젊은층 여성들의 징징대는 억양이나 혀 짧은 발음이라고 하며, 해괴한 말투라고 야단을 친다. 그럼에도 이 억양으로 말하는 사람은 점점 늘고 있다. 이제는 호주, 뉴질랜드, 영국은 물론이고 남아공, 동남 아시아를 거쳐 전 세계로 뻗어 가는 억양이 되었다.
기능 면에서 보면 끝을 올리는 것은 문장의 쉼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직도 문장이 덜 끝났다’는 신호를 주기 위해서 끝을 일부러 올리는 사람이 대부분(45%)이다. 다른 분석에서는 확신이 없는 억양이라며 ‘They sound tentative to themselves’(자신 없게 들린다)라는 진단을 내린다. Bloomberg통신에서는 디즈니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의 미숙한 말투이거나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유행에 민감한 세대의 말투라고 분석했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기성세대보다는 청소년이 이 억양을 선호하며 흑인보다는 백인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여성의 경우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사람일수록 uptalk 억양을 쓰고 남자의 경우 그 반대다. 여성은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과 교감 형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끝을 내리는 억양으로 단호함을 보이는 태도보다는 ‘끝을 살짝 올림으로써 질문하는 것처럼 말함으로써 공통 분모를 찾는 태도’가 이런 현상을 낳았다고 본다. 그와 반대로 남자의 경우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고 대화에서도 지배하려는 본성이 있어서 ‘평서문의 끝을 내리는 억양’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억양은 의외로 여러 기원을 갖고 있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평서문 의문문 가리지 않고 끝을 올리는 특징이 있는데 이것이 영어에 반영된 것이라는 설도 있고,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공통된 억양이 전해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일본 말투 ‘-네’에서 온 것이라는 주장, 1980년대 영국의 드라마에서 유행하여 파급된 것이라는 주장, 뉴질랜드에서 이미 1965년경부터 유행한 억양이라는 분석, 아일랜드나 켈트족들의 말투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Global accent가 된 이 억양은 설도 많고 반감도 많아 그야말로 연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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