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갖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자리에 오르게 된 김재수 신임 장관이 자신의 모교인 경북대 동호회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신임 장관은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온갖 모함과 음해, 정치적 공격이 있었다”며 “시골 출신에 지방학교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고 무시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관 취임 즉시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까지 했다. 관가 안팎에서는 “고위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청문회에서 제기된 지적들을 모조리 ‘흙수저’에 대한 모함과 음해로 몰아세우는 건 지나친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비판들이 쏟아진다.
김 장관은 지난 4일 중국 출장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전자결제로 공식 임명된 직후 커뮤니티를 통해 “정의와 진실은 항상 승리한다”며 “언론도 당사자의 해명은 전혀 듣지도 않고 야당 주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했다”고 적었다. 그는 “33년 공직생활과 5년간 공기업 사장으로 재직하며 전 재산이 9억원이고, 한번의 위장전입도 없었다”며 ““한 건의 다운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음주운전이나 논문표절은 더욱 없었다”라고 자신의 청렴을 강조했다. 또 청문회에서 김 신임 장관의 어머니가 빈곤계층으로 등록돼 2,500만원의 의료비 혜택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 데 대해서는 “개인의 슬픈 가정사를 들춰내 공격했다”라며 “한 평생을 혼자 살면서 눈물로 새벽기도와 철야기도를 해온 여든 노모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이를 보도한 언론 등에)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시골출신에 지방학교(경북대)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고 무시한 것이 분명하다”라며 동문들의 감성을 자극한 뒤 “내일(5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부임하면 그간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본인의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과 방송, 종편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법적인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더 이상 지방출신이라고 홀대 받지 않고, 결손가정자녀라고 비판 받지 않는 더 나은 세상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제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선후배들의 성원에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김 신임 장관의 이런 주장에 관가 내에서도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장관 정도가 되려면 인사청문회 등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야당도 즉각 반응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5일 국회 브리핑에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며 “제2의 우병우(청와대 민정수석)를 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기 원내대변인은 “김재수씨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은 흙수저이기 때문이 아니라 금수저의 특권을 누린 각종 혜택과 편법, 비리 의혹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할 뿐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잘못된 인선을 바로잡기 위해 해임건의안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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