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로 탕진한 돈을 갚기 위해 지인들 명의로 수억원을 대출 받은 전직 은행원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사기 혐의로 권모(31)씨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권씨는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중학교 동창 등 지인 6명의 명의를 도용해 7차례에 걸쳐 총 5억9,600만원을 대출해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대출 업무를 담당하던 2년차 은행원 권씨는 입사 동기들보다 자격증이 2,3배 많을 정도로 성실하고 능력 있는 모범사원으로 꼽혔다. 촉망 받던 권씨의 미래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면서 틀어졌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권씨는 대학 시절 취미였던 주식에 몰두하게 됐고, 점점 고위험ㆍ고수익 종목에 투자하면서 1억8,000만원을 날렸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권씨는 지인들에게 “계좌 개설 실적을 올려야 하는데 도와달라”고 속여 신분증과 인적사항을 빼돌린 뒤 허위로 대출 신청서류를 작성했다. 주민등록 등ㆍ초본 발급은 은행과 용역 거래를 하던 법무사 사무소에 부탁해 빼돌렸다.
조사 결과 권씨는 대출금 가운데 4억2,740만원은 다시 주식투자로 탕진했고, 1억4,100만원은 개인채무를 변제하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권씨는 올해 3월 범행이 발각돼 은행에서 해고됐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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