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처럼… 적자기업도 성장가능성 있으면 상장 허용

잠재력 초점 상장요건 신설 추진

게티이미지뱅크

앞으로 기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 당장 이익이 없는 벤처기업이라도 성장 가능성을 기반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해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정부가 상장제도를 개편해 적자 상태에 놓여 있더라도 성장 잠재력만 갖추고 있으면 상장을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적자 상태에서 나스닥 시장에 상장해 공모자금을 끌어 모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같은 성공모델을 만들려는 취지에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성장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별도 상장요건인 일명 ‘테슬라 요건’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상장제도를 이달 중 내놓을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매출이나 이익이 없는 기업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게 불가능했다. 상장기업 도산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상장심사 때 엄격한 재무적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이 투자자금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가 매출이나 이익이 없는 사업화 단계임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상장제도는 오히려 기업의 성장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미국은 신규 상장기업의 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이 마이너스(-)10.6%에 달하는 등 적자기업의 상장이 일반적이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어느 정도 사업기반을 갖춘 기업은 적자상태에 있더라도 상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상장주관사가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공모가(가치)를 효율적으로 매길 수 있도록 수요예측 등의 절차 없이도 공모가를 산정할 수 있도록 공모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