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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첫 생일밥상

입력
2016.09.0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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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잘한 게 아기를 낳은 일, 그거 같아.” 친구들은 종종 그런 소리를 했는데 그럴 때면 나는 응응, 그랬니,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내심 비딱했다. 얼마나 해놓은 일이 없으면 그런 소리를 다 하나, 아마 그랬을 것이다. 아기를 낳고 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더 깊어질 것이며 비로소 엄마를 이해하게 되더라는 진부한 이야기도 나는 다 시큰둥했다. 하지만 얼마 전 친구를 만나 고백하고 말았다. “그때 너희들 말이 다 맞았어. 아기를 낳고 보니 세상이 다 달라 보여. 나 우습지?” 친구가 깔깔거렸다.

마흔을 훌쩍 넘겨 낳은 아기가 이제 곧 첫돌이다. 처음 잼잼을 하던 날에는 정말이지 귀여워서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고 도리도리를 처음 하던 날에는 하도 웃겨서 눈물이 다 났다. 도리도리, 잼잼 그게 뭐라고. 그렇게 아기에게 홀랑 반한 1년을 보내고 돌잡이를 어떻게 준비할까 고민 중이다. 실과 연필과 복주머니까지는 알겠는데 또 뭐가 있을까 하며 검색을 해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마이크와 청진기, 판사봉까지는 그렇다 쳐도 요즘은 국회의원 배지와 CEO 명패까지 올린단다. 외교관 여권에다 외제차 장난감까지에 이르러서는 말을 잃을 지경이었다. 못 이룬 엄마 아빠의 욕망이 아기에게 오롯이 옮겨가는 첫 생일파티라니. 직업박람회 같은 돌상은 젖혀두고 수수팥떡과 미역국을 올린 생일밥상을 차려보기로 한다. 그리고 아기와 둘이서 예쁜 셀카 한 장 찍어둬야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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