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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흥궈神, 올가을에는 레게神

입력
2016.09.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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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게의 神’ 22년 만에 재발매

“스타일 잘 살린 의외의 걸작”

특유의 익살과 흥 담겨 자연스러워

이달 카세트 테이프ㆍLP 선보여

가수 김흥국의 ‘라스트 레게’(1994) 재발매판 카세트 테이프. ‘레게의 신’이란 이름으로 이달 나온다. ‘레게 파티’속 ‘기살아 기살어 아 아’란 후렴구는 ‘호랑나비’의’'아싸 호랑나비’처럼 키치(촌스러움)적인 느낌을 줘 실소를 자아낸다. 비트볼뮤직 제공
가수 김흥국의 ‘라스트 레게’(1994) 재발매판 카세트 테이프. ‘레게의 신’이란 이름으로 이달 나온다. ‘레게 파티’속 ‘기살아 기살어 아 아’란 후렴구는 ‘호랑나비’의’'아싸 호랑나비’처럼 키치(촌스러움)적인 느낌을 줘 실소를 자아낸다. 비트볼뮤직 제공

가수 김흥국(57)은 10~20대 사이에서 ‘흥궈신’으로 불린다. 그의 이름과 신(神)을 중국어처럼 발음한 말로, 김흥국이 예능 프로그램에만 나오면 웃음이 터진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방송인 조세호를 ‘억울의 아이콘’으로 띄운 것도 김흥국이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느닷없이 조세호에게 “안재욱 결혼식엔 왜 안 왔냐”며 다그쳐 당황하게 했고, 억울해하는 조세호의 표정이 ‘짤방’(재미있는 사진이나 그림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으로 온라인에 퍼지며 화제가 됐다. 김흥국의 그간 연예 활동을 돌아 보면 낯선 풍경도 아니다.

엉뚱하고, 뜬금 없는 말과 행동은 그의 전매 특허였다. “호랑 나비야 날아 봐”(‘호랑나비’ㆍ1989)라고 노래하며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춤을 추던 그는 ‘대중음악계의 공옥진’이었다. 김흥국은 “시버 러버”(터보의 히트곡 ‘사이버 러버’)같은 말실수와 “아 응애에요” “들이대” 같은 맥락 없는 유행어로 오히려 주목 받았다. ‘59년 왕십리’(1991) 등의 히트곡이 있지만, 가수보다 개그맨처럼 여겨졌던 이유다.

‘흥궈신’이 올 가을 ‘레게신’으로 거듭난다. 김흥국이 1994년 낸 앨범 ‘라스트 레게’가 테이프와 LP로 이달 다시 나온다. 22년 만의 재발매다. 흥미로운 건 재발매 과정이다. 김흥국과 한 번도 음악 작업을 해 본 적 없는 인디 레이블 비트볼뮤직이 김흥국의 ‘라스트 레게’ 재발매를 자처했다. 철저히 외면 받았던 김흥국의 레게 음악을 재조명한다는 취지다.

이봉수 비트볼뮤직 대표는 ‘라스트 레게’를 “의외의 걸작”이라 표현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우연히 김흥국의 ‘라스트 레게’ CD를 들었는데 닥터레게를 제외하고 이렇게 제대로 레게 스타일을 잘 살린 가요가 있었나란 생각이 들어 재발매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김흥국은 김건모(‘핑계’)와 닥터레게(‘원’)와 같은 해 레게 앨범을 낸 가요계 ‘레게 1세대’다. ‘라스트 레게’에서 김흥국과 레게의 조합은 의외로 자연스럽다. 그 특유의 익살과 흥이 담긴 목소리가 느릿느릿한 레게 리듬과 궁합이 잘 맞는다. 앨범엔 그룹 룰라의 이상민이 랩을 한 ‘레게파티’를 비롯해 레게풍으로 리메이크된 ‘호랑나비’ 등 9곡이 실려 있다.

비트몰뮤직은 ‘라스트 레게’ 재발매 타이틀을 ‘레게의 신’으로 바꿨다. 김흥국의 레게 음악에 가치를 두면서, Mnet 페이크 다큐 ‘음악의 신’을 패러디 해 재미도 주려는 시도다. 김흥국의 ‘레게의 신’ 카세트 테이프는 캐나다에서, LP(11월 발매)는 체코에서 각각 제작되고 있다. 국내에서 카세트 테이프 제작을 시도했으나 음질이 안 좋아 무산됐고, LP는 국내에 만들 회사가 없어 해외에 맡겼다.

트로트만 부른 게 아니다. 가수 김흥국은 레게도 불렀다. 22년 만에 재발매 될 '라스트 레게'(1994) 카세트 테이프. 앨범 타이틀은 '레게의 신'으로 바뀐다. 비트볼뮤직 제공
트로트만 부른 게 아니다. 가수 김흥국은 레게도 불렀다. 22년 만에 재발매 될 '라스트 레게'(1994) 카세트 테이프. 앨범 타이틀은 '레게의 신'으로 바뀐다. 비트볼뮤직 제공

김흥국의 레게 도전은 룰라의 히트곡 ‘비밀은 없어’를 만든 박선만 작곡가의 권유로 이뤄졌다. 김흥국은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제작 뒷얘기를 들려줬다. “한창 축구에 빠져 노래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때였는데, 박 작곡가가 ‘김흥국씨와 레게 음악이 정말 잘 맞을 것 같다. 김흥국 씨를 생각하며 썼다’며 곡을 가져왔다. 들어보니 곡이 마음에 들었고, 내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레게 앨범을 냈다.” 김흥국은 1979년 밴드 오대장성에서 드러머로 활동한 바 있다.

‘B급 음악’의 선두주자인 만큼 앨범 제작 관련 웃음거리도 많다. 김흥국이 ‘라스트 레게’ 앨범 사진에서 입은 옷은 자메이카보다 아랍 풍에 가깝다. 게다가 김흥국은 맨발이었다. 제작비가 모자라 의상과 소품 등이 지원이 안 돼 다소 우스꽝스럽게 앨범 재킷 사진 촬영이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김흥국은 “밥 말리(의상)를 따라 한 건데”라며 멋쩍게 웃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가수 김흥국은 대중음악 ‘B급 문화’의 선두주자다. ‘호랑나비’(1989)에서 전위적인 나비춤을 추더니, ‘라스트 레게’(1994)에선 아랍 풍의 의상을 입고 나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수 김흥국은 대중음악 ‘B급 문화’의 선두주자다. ‘호랑나비’(1989)에서 전위적인 나비춤을 추더니, ‘라스트 레게’(1994)에선 아랍 풍의 의상을 입고 나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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