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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기업들, 한국 진출 지도가 바뀐다…강남3구 7년새 163곳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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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기업들, 한국 진출 지도가 바뀐다…강남3구 7년새 163곳 늘어

입력
2016.09.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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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294개…경기ㆍ인천ㆍ제주 順

강남3구에 282곳 몰려들어

한국 주류 지역으로 진입 러시

엔터테인먼트ㆍ경영컨설팅 등

업종도 전문영역으로 다양화

제주는 대부분 2010년 이후 진출

57곳이 부동산 개발 관련 회사

서울 구별 중국기업 분포 현황/2016-09-04(한국일보)
서울 구별 중국기업 분포 현황/2016-09-04(한국일보)

중국인 추이이웬(45)씨는 지난해 말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의료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차렸다. 우리 정부엔 비즈니스서비스업을 전문으로 하는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했다. 그는 법인을 세운 뒤 곧바로 한국인 직원과 중국인 직원을 2명씩 채용하고 한국에 진출한 중국 여행사와 제휴도 맺었다. 중국어가 쓰여진 관광버스에 관광객을 태워 서울 명동 등에서 쇼핑을 하게 하고, 제휴를 맺은 성형외과 등에 관광객을 데려가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안내한다. 추이씨는 “한국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는 중국 관광객은 많은데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우리 같은 의료관광 업체를 찾는 중국인이 상당히 많다”며 “최근엔 아예 한국 성형외과를 인수해 사업하는 중국인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왕묘(50)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유통회사를 차렸다. 회사설립에 필요한 10억원은 중국 투자자한테서 조달했다. 왕씨는 유통회사를 차렸지만 한국에 중국 물건을 팔 계획은 전혀 없다. 오히려 왕씨는 한국에 세운 유통회사를 통해 질 좋은 한국 화장품이나 유아용품을 사들여 중국에 개설한 온라인 쇼핑몰에 내다 팔 계획이다. 왕씨는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이나 유아용품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 높아 이들 물건을 전문적으로 사들이는 회사를 세운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에 비슷한 업체들이 이미 많이 자리잡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이 우리나라에 진출해 정식으로 기업을 세우기 시작한 건 중국 정부가 경제 개방에 나선 1991년부터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까지 한국에서 중국인 기업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1990년대 중국인이 한국에 세운 총 기업 수는 81개에 그치고, 2000년대 들어서도 2009년까지 한국에 세워진 중국 기업 수는 연평균 95개에 불과했다. 중국인의 존재감이 커지기 시작한 건 2010년 이후부터다.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중국인이 한국에 세운 기업 수는 1,628개로 전체(2,661개)의 61%가 최근 7년 새 들어섰다. 지난 2010년 이후 한류 영향으로 중국에서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고,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까지 급증하면서 새로 개척된 시장을 뚫기 위해 이들과 같은 중국인이 대거 한국으로 진출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인 사업자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은 역시 서울(1,294개)이다. 그 뒤를 경기(539개), 인천(307개), 제주(130개), 부산(62개)이 잇고 있다. 시ㆍ군ㆍ구별로 분석하면 차이나타운이 자리잡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168개)에 가장 많은 중국 기업이 몰려 있었고, 서울 강남구(165개), 인천 중구(161개), 서울 중구(119개), 제주시(116개) 순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서울 강남과 제주다. 2010년 이후 이 지역에 들어선 중국인 기업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들이 최근 제주에 이어 강남 지역에서 부동산 매입을 늘리고 있는 현상과도 맥을 같이 한다. 강남·송파·서초 등 강남3구에 몰려 있는 중국 기업은 282곳에 이른다. 이 중 58%인 163곳이 2010년 이후 들어섰다. 김승준 KEB하나은행 인터내셔널 PB센터장은 “과거만 해도 중국인들의 활동 영역은 차이나타운 등으로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한국의 주류 지역으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며 “이들의 활동 영역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지역에서는 엔터테인먼트ㆍ의료관광ㆍ모바일게임ㆍ경영컨설턴팅 등의 비즈니스서비스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많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2014년 이후 서울 강남에 중국인이 세운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만 7곳에 이른다.

제주에 세워진 중국 기업 130곳 중 129곳은 모두 2010년 이후에 생겼다. 이 중 57곳이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회사다. 전현기 우리은행 글로벌투자지원센터장은 “최근엔 아예 중국기업이 제주에 법인을 세우고 고급 빌라 등을 지어 중국 부유층에 판다”며 “제주 부동산이 워낙 뜨겁다 보니 제주에 부동산 투자회사를 짓는 중국인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보면 중국인이 가장 많이 몰리는 업종은 도ㆍ소매업(1,508개)으로 전체의 57%에 달한다. 이중 절반 가량인 769곳이 2010년 이후 세워졌다. 화장품을 비롯해 가정용품, 곡물, 옷 등 한국 물품을 사들여 중국으로 다시 수출하거나, 아니면 중국에서 만든 물건을 한국에서 마지막 공정만 거쳐 원산지를 한국으로 표시해 다시 중국으로 수출하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010년 들어 도·소매업에 진출한 중국인이 급증한 건 한류 영향으로 중국에서 한국 물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라며 “한국 브랜드 프리미엄을 노리고 한국에 아예 공장을 세우고 한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중국으로 역수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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