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 장기전 준비 계획
정상화 합의 타결 직후 철수
새누리당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문제 삼아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던 중 ‘11인의 결사대’를 보내 의장 공관을 점거하는 비밀 작전을 수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실제로 공관으로 진입해 머무르다가 여야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자 공관에서 철수했다.
4일 새누리당에 따르면 당 지도부의 지시를 받은 경대수, 김선동, 김명연, 김진태, 유의동, 이완영, 하태경, 홍철호 의원 등 재선급 의원 11명은 지난 2일 오후 4시쯤 의원총회가 열리던 국회 본청 제2회의장을 차례로 빠져 나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으로 이동했다. 이들이 도착했을 때 정 의장은 공관에 없었고, 비서진의 안내로 공관에 무혈입성 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대책회의에서 의장 공관을 점거해 농성하며 정 의장과의 장기전에 돌입할 계획을 극비리에 세우고, 재선 의원 중에서 기습 침투조를 뽑았다. 이날 정오 무렵 의원 30~40명을 동원해 국회 본청 의장 집무실 복도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던 당 지도부는 정 의장이 의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나가버리자 공관으로 의원들을 보낸 것이다.
정 의장은 외부에서 집무실은 물론 공관까지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점거된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4시 40분쯤 새누리당 지도부에 전화를 걸어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위한 본회의 의사봉을 (여당 요구대로) 부의장에게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 시절인 2006년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원기 국회의장이 쟁점법안을 직권상정 하겠다고 밝히자 소속 의원 20명을 동원해 의장 공관을 점거한 바 있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2일 의장 공관 점거는 정 의장이 고집을 꺾지 않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장기전을 준비했던 것”이라며 “비밀리에 공관에 기습 침투조를 투입했던 것이 정 의장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는 데 결정타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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