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일 아방가르드 미술을 조망하는 ‘2016부산비엔날레’가 3일 개막했다.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이라는 주제로 2016부산비엔날레는 11월 30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과 F1963(고려제강 수영공장)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윤재갑(중국 하우아트뮤지엄 관장) 전시감독을 필두로 1990년대 이전 한중일 아방가르드 미술을 아우른다. 고려제강 옛 수영공장인 ‘F1963’의 3,000여 평 전체부지에 전세계 23개국 121팀의 316점 작품이 선보인다. 윤 감독은 2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종교, 인종, 국적의 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토론하는 자리”라고 전시주제를 설명했다.
올해는 기존의 본전시ㆍ특별전시 개념에서 탈피해 3개의 프로젝트로 전시를 구성했다. 하나의 주제 하에 전시와 프로그램들이 서로 어우러지도록 하려는 것이다. ‘프로젝트1’은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했던 아시아 3국의 1960~80년대 실험 미술에 주목한다. 김찬동 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장, 구어샤오옌 베이징 민생현대미술관 부관장, J-team(사와라기 노이ㆍ다테하타 아키라ㆍ우에다 유조)이 각각 한국, 중국, 일본의 큐레이터를 맡았다. ‘프로젝트2’는 비엔날레 시스템 도입 후의 현대미술 전반을 살피고, ‘프로젝트3’은 학술프로그램과 세미나 등으로 구성됐다.
중국의 경우 1976년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를 기점으로 1995년까지를 다룬다. 베이징의 봄, 천안문 사태 등 당시 일련의 저항과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본은 ‘그라운드 제로’라는 히로시마 원폭 이후부터 1980년대 말까지의 전위예술, 구타이, 모노하, 슈퍼플랫의 일부분을 다룬다.

김찬동 큐레이터가 기획한 한국관은 1960~80년대 실험 미술 중 개념예술, 해프닝, 미디어 등 단색화나 민중미술이라는 거대담론에 가려졌던 작품들에 초점을 뒀다. 김구림 김영진 이강소 최병소 등 23팀이 포함됐다. 2,000원에 사과를 판매하는 이강소 작가의 ‘비커밍’(1974)이 특히 관람객의 관심을 받았다. 최병소 작가는 “현대미술에 접근할 때는 장인정신이나 선비정신뿐만 아니라 실험정신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비엔날레는 지금은 쓰지 않는 철강 공장을 활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생산 공장이 시 외곽으로 모두 이전한 후 오랫동안 와이어 창고로 남아 있던 이 공장은 이번에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민관 협력을 통한 문화재생사업으로는 국내 첫 사례다. 리모델링을 맡은 조병수 건축가는 오래된 공장 외형은 그대로 유지하고 용도별로 내부를 개ㆍ보수하는 방식으로 폐산업시설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비엔날레 개막에 맞춰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이우환 화백의 신작 개막식도 열렸다. 이 화백은 두 장의 스테인리스 판과 두 개의 돌을 서로 마주보게 한 신작 ‘관계항-안과 밖의 공간’에 대해 2일 한국일보에 “늘 조금씩 어긋나게 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게 내 작품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