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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학대 남편 살해한 아내에... 대법 “정당방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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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학대 남편 살해한 아내에... 대법 “정당방위 아니다”

입력
2016.09.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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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난동 부린 뒤 2시간 후 살해

방어 상황이 아닌 일방 공격 판단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년 동안 매를 맞고 산 아내가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다 넘어져 있는 전 남편을 목 졸라 살해한 것은 정당방위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모(44ㆍ여)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조씨는 문모(사망 당시 58세)씨와 20년 남짓의 결혼생활 동안 문씨로부터 인격모독과 학대를 당해 육체적ㆍ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고 그로 인해 우울증까지 앓았다. 가정폭력을 피해 자녀들과 여러 차례 집을 나갔지만, 문씨가 전단지를 뿌리고 신문에 현상금 1억원의 긴급 수배 공고를 싣는 등 집요하게 추적하는 바람에 문씨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큰 절망감을 가졌다고 한다.

문씨는 다른 범죄로 1년 6개월여 수감된 사이 2014년 조씨와 이혼했으나, 지난해 6월 출소한 후 지낼 곳이 없어 조씨의 집에서 살게 됐다. 같은 달 25일 새벽 늦게까지 함께 술을 마시던 문씨는 조씨에게 욕설을 하고 물건을 던져 부순 뒤 식칼을 들이대며 조씨를 위협했다. 문씨는 잠에서 깨 자신을 말리는 자녀들에게도 “너희들은 고아원에나 갈 준비를 하라”고 소리쳤다.

이에 조씨는 부엌에서 25㎝ 길이의 절굿공이를 꺼내 문씨의 손을 쳐 식칼을 떨어뜨리고 그의 머리를 내려쳤다. 조씨는 쏟아진 술을 밟고 미끄러져 넘어진 문씨의 머리 등을 절굿공이로 때린 뒤 안방에서 넥타이를 가지고 나와 문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조씨는 ‘전 남편을 죽이지 않으면 나와 자녀들이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전 남편을 살해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조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씨가 무방비 상태로 넘어져있어 저항할 수 없었고, 문씨가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린 지 2시간이 지난 뒤에 조씨가 살인을 저지른 점을 볼 때 방어가 필요한 상황이 아닌 일방적 공격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1ㆍ2심 재판부는 “정당방위의 요건인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조씨의 살해 행위는 가정폭력으로부터 자신과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의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용납할 수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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