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 후폭풍
23개국 44개 항만서 입출항 금지
선박 절반 68척이 운항 차질
압류ㆍ하역 거부로 해상서 떠돌아
아시아~북미 항로 점유율 3위
전자업체 추수감사절 판매 비상
포워딩 업체들 항공편 문의까지
한진, 주요국 선박압류 중지 신청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물류대란의 파고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연말 소비 성수기를 앞두고 물동량이 폭주하는 시기에 발이 묶인 한진해운 선박 탓에 유통ㆍ물류업계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4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가압류ㆍ하역 거부 등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선박은 모두 68척(컨테이너선 61척, 벌크선 7척)이다. 이는 한진해운이 운영해온 선박 141척(컨테이너 97척ㆍ벌크선 44척)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이 중 1척(한진로마호)은 싱가포르 항구에서 가압류됐고, 나머지 67척은 중국 스페인 미국 등 23개국 44개 항만에서 항만 입출항이 금지된 상태다. 법정관리에 들어 간 한진해운이 하역 및 유류비 등을 낼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진해운의 선박 4척은 5억원 가량의 미지급 연료 대금으로 항구에서 압류될 위기에 처하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와 뉴욕 인근 해상을 떠돌고 있다.
국내 화주들은 물론 미국 소매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북미에서 9~12월은 추수감사절(미국 11월 넷째주 목요일)과 크리스마스 등 소비가 급증하는 시기로 제조ㆍ유통업체들이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때다. 아시아-북미 항로에서 점유율 3위(7.39%)로 강세를 보여 온 한진해운의 선박 운항 중지로 소비자 품으로 가야 할 물건들은 바다 위에 떠 있다. LG전자는 최근 한진해운과의 예약된 물량을 모두 취소했다. ‘국제가전전시회(IFA) 2016’에 참석한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미국 판매 비중이 30%인 LG전자는 하반기 판촉 행사가 많은데 현재 미국 내 재고로는 이를 소화하기 어렵다”며 “한진해운을 대체할 물류 업체를 찾으려 해도 쉽지 않아 상황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CJ대한통운도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부품이 담긴 컨테이너 선박이 싱가포르에서 압류돼 정부 측에 컨테이너 반출 방안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 전미소매업연맹(NRF)측은 상무부에 “한진해운은 미국의 태평양 횡단 무역 거래의 7.8%를 담당해 미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명백하다”며 우려를 전했다.
화주와 선사 사이에서 택배ㆍ통관 등의 종합서비스를 담당하는 포워딩 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한 유명 포워딩 업체 관계자는 “당장 운송이 급한 화주들은 해상보다 몇 배 이상 비싼 항공편 등으로 나를 수 있는 지까지 문의하고 있다”며 “성수기라 항공도 남은 자리가 거의 없고 해운으로부터 오는 물량으로 항공 운임까지 폭등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선박압류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미국 등 주요 국가에 법원 압류중지명령(스테이오더ㆍStay Order)을 신청하며 자체 불끄기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늦어질 경우 물류대란의 피해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선박회사 조디악은 한진해운을 상대로 138만달러(약 15억원) 규모의 용선료 미지급금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국제 소송전이 본격화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화물 운송이 중지될 경우 한진해운의 화물 가액(15조6,000억원 추정)만큼의 줄소송은 물론 고객 신뢰 하락으로 인한 영업망 파괴 등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며 “한진해운을 대체할 선사를 찾는데 걸릴 시간과 최소 수 개월간 지속될 높은 운임 등으로 물류대란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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