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 19년만… 12만명 인파 몰려
“오늘 우리는 콜카타의 성녀 테레사를 성자로 공식 선언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테레사(1910~1997) 수녀의 시성식에서 이렇게 선포하자 광장에 모인 12만명의 신도와 관광객들 사이에서 탄성과 갈채가 터져 나왔다. 이로써 ‘빈자의 성녀’로 불린 테레사 수녀는 선종 19년 만에 성인(聖人)의 반열에 올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성 미사에서 “테레사 수녀는 차별 받고 소외된 이들을 환영했고 그들의 인간성을 지키는 데 생애를 바쳤다”고 찬사를 보냈다. 교황은 또 “테레사는 길가에 버려져 죽어가는 이들을 향해 몸을 숙였고 그들 안에서 신의 존엄성을 찾아냈다”며 “이를 통해 세상에 가난을 만들어낸 권력자들이 스스로 죄를 깨달을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테레사 수녀는 1910년 알바니아계 집안에서 태어나 1928년 아일랜드 동정성모회에 입회했다. 이듬해 선교를 위해 인도 콜카타에 정착해 수녀회가 운영하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1950년 ‘사랑의 선교회’를 창설한 테레사 수녀는 이후 선종할 때까지 콜카타의 빈민가에서 극빈자, 고아, 노인 등 소외된 이들을 돌보며 빈자의 성녀로 불렸다. 1979년 이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으며 ‘사랑의 선교회’는 현재 130여개 국에서 빈민 구호 활동을 펼치는 국제적 구호단체로 성장했다.
가톨릭 성인으로 추대되기 위해서는 보통 수 세기에 걸친 긴 시간과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테레사 수녀는 인류에 대한 헌신적 봉사와 그에 따른 대중적 존경에 힘입어 이례적으로 빨리 성인 대열에 합류했다. 즉위 때부터 ‘가난한 교회’로 돌아갈 것으로 강조한 프린치스코 교황도 자비의 상징인 테레사 수녀의 성인 추대를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에 오르는 필수 요건인 ‘기적’으로는 1998년 테레사 수녀에게 기도한 후 위 종양이 치료된 것으로 알려진 인도 여성 모니카 베르사와, 2008년 기도 후 다발성 뇌종양이 치료된 브라질 남성 마르실리우 안드리뉴의 사례가 교황청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테레사 수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독재자들이 건넨 자선기금을 비판 없이 받아서 사용하고,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을 가톨릭으로 개종시키려 했으며, 빈자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기보다 단순 구호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45년간의 묵묵한 봉사, 그리고 일평생을 삶의 건조함과 외로움, 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으로 괴로워했다는 인간적 면모가 알려지며 테레사 수녀는 가톨릭계를 넘어 ‘20세기 주요 인물’로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날 시성식에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한 테레사 수녀를 기리기 위해 수녀들이 노숙자와 빈민 1,500여명에게 피자를 나눠 주기도 했다. 또 10만명이 넘는 신도와 관광객이 몰려 테러 위험이 고조됨에 따라 이탈리아 경찰 3,000여명이 성베드로 광장과 주요 시내에 배치됐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