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여자 풀 코스 참가자 가운데 가장 먼저 결승선에 도착한 류승화(39)씨는 “내일(5일)이 남편 생일인데, 의미 있는 선물 한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최고 기록이 2시간 40분 대인 그는 풀코스 완주 경력이 30차례가 넘을 정도의 실력파 마라토너다. 올 들어 광주와 충남 천안, 경남 사천 등지에서 열린 마스터즈 대회 풀코스ㆍ하프코스에서 잇따라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수년 간 천안에서 일주일에 4번 정도 집 주변의 조깅 코스를 돌며 틈틈이 몸을 만드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결과였다.
특히 이날 대회에서 류씨는 올 여름 입은 발목 부상 때문에 여러 군데 테이핑을 하고 레이스에 임했음에도, 막판 스퍼트로 2위를 1분여 차이로 따돌리는 저력을 보여줬다. 다소 더운 날씨에도 남자들도 하기 힘든 ‘서브3(Sub3ㆍ풀코스 3시간 이내 완주)’ 기록 달성에 성공해 우승의 기쁨이 두 배가 됐다.
류씨는 13년 전인 2004년 직장선배의 권유로 달리기 시작했는데, 함께 달리던 그 선배가 지금 남편이 됐다. 마라톤이 ‘사랑의 메신저’가 된 셈이다. 그는 이날도 힘든 레이스를 끝내자 가장 먼저 남편을 찾아 남다른 부부 금슬을 과시했다. 류씨는 “마라토너라면 누구나 달려보고 싶은 철원 민통선코스에서 연이어 우승해 감회가 남다르다”며 “내년 대회에도 꼭 참가해 1위 수성과 함께 남편과 함께 달리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철원=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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