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버스서 극적 구조된 후
속초로 도주 교통사고 내고 잡혀
대낮에 10대 여학생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뒤 버스에 태워 1시간 가량 끌고 간 20대가 차량을 타고 도주하던 중 교통사고를 내고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4일 성폭행 및 납치·감금 등 혐의로 최모(2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2일 오후 3시쯤 서울 중랑구에서 귀가하던 10대 여학생 A양을 흉기로 위협해 집 근처 주택가 건물 계단에서 성폭행했다. 이후 최씨는 A양을 남양주로 향하는 버스에 태워 범행장소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남양주 화도읍까지 끌고 갔다. 흉기로 “죽여버리겠다”는 최씨의 위협에 A양은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공포에 질려 버스에 탈 수 밖에 없었다. 버스에는 승객들이 다수 있었지만 최씨가 버스에서 눈길을 끌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고 A양도 고개를 숙인 채 떨고만 있어 주변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최씨가 남양주시 화도읍의 정류장에서 A양을 끌고 내리려는 순간 A양은 기지를 발휘해 버스기사에 “살려달라”며 도움을 요청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하지만 최씨는 딴청을 피우며 혼자 버스에서 걸어 내려 집으로 달아났다.
화도읍 집에 도착한 최씨는 자택에서 아버지의 승용차를 끌고 강원도 속초로 도주했다. 버스 운전기사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버스 내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해 최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또 최씨가 속초 방면으로 달아나는 모습을 포착, 강원지방경찰청에 공조수사를 의뢰했다.
최씨는 3일 오후 5시30분께 속초시내에서 차량을 막고 검문검색중인 경찰을 확인하자, 다시 미시령 방면으로 차를 몰아 도주했고, 최씨의 차량을 확인한 경찰은 추격에 나섰다.
경찰과 10분간의 추격전 끝에 최씨는 이날 오후 5시40분께 속초의 한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달리다 반대편 차선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사고 충격으로 피해 차량은 40m 가량 밀려났고 이 차에 타고 있던 이모(25)씨 등 2명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직후 최씨는 차에서 내려 주변의 정차된 또 다른 차량을 빼앗아 타려고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자 100m가량을 도주하다 쫓아온 경찰에 붙잡혔다.
최씨는 경찰조사에서 “성폭행한 뒤 미안한 마음에 A양을 집으로 데려가 맛있는 음식을 사주려고 했다”며 납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재차 성폭행을 시도하려고 했을 가능성이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다른 범죄를 저지르려고 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결과 최씨는 동종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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