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45ㆍ여)씨는 지난달 10일 서울 양천구 신한은행 지점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거주하는 언니의 주택 구매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3,000만원을 송금했다. 그런데 20일이 지나도 언니의 남아공 은행 계좌에는 돈이 입금되지 않았다. 통상 해외송금이 사나흘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분명 ‘사고’였다.
김씨가 부랴부랴 신한은행 측에 확인해 보니, 돈은 미국 뉴욕의 S은행에 묶여 있었다. 김씨가 송금을 하면 미국 중개은행을 거쳐 남아공 은행으로 들어가는데, 남아공 은행측이 ‘테러자금’으로 의심된다며 돈을 중개은행인 S은행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김씨의 이름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과 같다는 이유였다.
문제는 S은행이 북한 테러 자금 연관성을 조사 중인데,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언니가 돈을 전달받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김씨가 돈을 돌려받지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지 못해 애만 태우는 실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미국 은행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검토할지는 알 수 없지만 최대한 빨리 송금이 이뤄지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은행 외부적 요인이라 은행에 귀책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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