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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칼럼]다시 찾아온 ‘3低’ 활용해야

입력
2016.09.0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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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세계무역액이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세계무역액은 14조4,000억달러로, 정점이었던 2014년 상반기 17조2,000억달러에 비해 16.3%나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다른 나라 수출을 막고 자국의 수출을 늘리겠다는 환율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동시에 관세장벽을 높여 외국상품 수입을 막겠다는 보호무역의 무기를 휘두르고 있다.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우리 경제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1960, 70년대 정부는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인식하에 경제발전계획을 여러 차례 수립하여 수출산업육성에 주력했다. 그 결과 기술과 자본의 황무지에서 수많은 수출기업들이 일어났다. 국민은 팔을 걷고 산업현장에 뛰어들어 땀을 흘렸다. 기업인들은 비행기에서 새우잠을 자며 세계시장을 누볐다. 그리하여 세계 10대 수출대국을 건설했다. 최근 이러한 고속성장의 신화가 무력하게 무너지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은 작년 1월 이후 올 7월까지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지난 8월 반짝 증가세를 보였으나 작년 8월 수출급감에 따른 기저효과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액은 2,400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9%나 감소했다. 우리나라 수출산업은 사실상 붕괴의 위기에 처했다. 주요 수출기업들이 중국 등 신흥국 기업들의 추격을 받아 품질과 가격 양면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세계무역이 감소하자 공장가동률이 급속도로 떨어져 부도의 늪에 빠졌다. 조선과 해운산업은 이미 난파선이나 다름없다. 철강, 석유화학, 건설, 액정표시장치, 자동차 엔진 등의 산업도 위험하다. 국내 최대 해운업체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와 이로 인해 빚어진 물류대란은 수출 한국의 침몰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실로 큰 문제는 우리 경제가 환율전쟁의 포로로 잡힌 것이다. 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제국들이 자국통화를 절하하기 위해 무제한 돈을 푸는 경쟁을 벌이며 마이너스 금리까지 불사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경제는 근본적인 경쟁력을 잃어 원화를 절상해도 손해이고 절하해도 손해이다. 원화를 절하하면 올리면 수출은 다소 힘을 얻으나 수입이 줄어 불황형 흑자가 증가한다. 원화를 절상하면 아예 수출이 줄어 성장동력이 꺼진다. 여기에 최근 미국이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며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외국자본이 증권시장에서 빠져나가고 국내금리가 오르면 수출기업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세계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밀려드는 중국산 저가제품으로부터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철강, 반도체, 등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영국은 유럽연합을 탈퇴하여 신고립주의에 불을 붙였다. 특별한 대책이 없는 우리 경제는 공동표적이 되어 무역 전쟁의 포화를 집중적으로 받을 전망이다.

정부의 경제 상황 인식이 지나치게 안일하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내세우며 부실기업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사실상 기업부실을 확대재생산 하여 경제를 쓰러뜨리는 정책을 펴는 셈이다. 정부는 경제붕괴의 위기를 인정하고 부실정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중장기 산업개혁의 청사진을 다시 그려야 한다. 우리 경제는 1980년대 후반에 맞았던 저금리, 저유가, 저원화의 3저 현상을 다시 맞고 있다. 당시 우리 경제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3저효과를 최대한 활용했다. 그리하여 3년 연속 100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기록하여 사상 최대의 호황을 이끌었다. 최근 선진국과 후진국 경제가 동반부진하여 세계무역이 축소하고 있다. 바로 우리경제의 기회이다. 저금리는 투자를, 저유가는 생산을, 그리고 저원화는 수출을 유리하게 만든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하여 기업부실을 제거하고 규제를 혁파하여 기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기업은 위험을 감수하는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창업과 투자에 나서고 새 상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을 다시 품어야 한다. 국민도 다 같이 일어나 힘을 합쳐야 한다. 그리하여 수출한국의 기적을 다시 낳아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ㆍ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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