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 야구 대표팀의 투혼은 오심 하나에 눈물로 바뀌었다.
이성열(유신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일 대만 타이중의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제21회 18세 이하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만과 결선 라운드 1차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6-12로 분패했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7시29분에 시작한 경기는 4시간 51분에 걸쳐 진행됐고, 자정을 넘긴 12시20분에 끝났다.
대표팀은 심판의 오심 탓에 고개를 떨궜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를 발휘했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을 직접 보여줬다. 9회말 2사 후 3번 김민수(제물포고)가 볼넷을 고른 뒤 4번 강백호(서울고)의 유격수 강습 안타로 1ㆍ2루 기회를 만들었다. 5번 이정범(인천고) 타석 때 상대 투수의 폭투가 나와 2ㆍ3루가 됐고, 이정범이 극적인 싹쓸이 2타점 2루타를 쳤다.
그러나 연장 10회초 승부치기에서 석연찮은 판정에 급격히 분위기가 넘어갔다. 5-5로 맞선 2사 만루에서 투수 고우석(충암고)이 상대 4번 타자 천후를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2루수 박성한(순천효천고)은 1루에 공을 던졌고, 살짝 송구가 빗나가자 1루수 이정후(휘문고)는 앞으로 나와 공을 잡은 뒤 타자 주자를 태그했다. 이닝 교대가 이뤄지는 듯 했지만 1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TV 중계 느린 화면으로 볼 때 이정후가 주자의 왼 어깨 뒤를 먼저 태그 했으나 오심이 됐다. 결국 무실점으로 끝낼 수 있던 이닝을 뜻대로 이루지 못한 대표팀은 급격히 흔들려 한 순간에 7점을 내줬다. 대표팀은 10회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쳐 고배를 마셨다. 야구 꿈나무들은 억울한 오심 하나 때문에 고개를 숙였고, 누구보다 억울했던 이정후는 눈물을 훔쳤다.
경기 후 선수단 숙소로 가는 버스 안은 고요했다. 어느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숙소 도착 후 식당에 모인 선수단은 긴 혈투 끝에 허기질 법도 했지만 과일 몇 개만 먹었다. 아쉬운 패배에 수장의 마음도 찢어졌지만 이성열 감독은 야구 선배로서 차분히 선수들을 다독였다.
이 감독은 “지나간 일”이라며 “너희들은 미안해 할 필요가 없다. 그쪽(심판)이 미안해 할 것이지, 우리는 억울하고 속상할 뿐이다. 그렇다고 억울함을 밖으로 표출하지는 말아라. 너희는 아직 야구 할 날이 많이 남았다. 오늘 한 경기로 야구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결과를 떠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그거면 된다”고 격려했다.
그리고 선수들은 아쉬움을 훌훌 털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면 박수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또 성적도 성적이지만 국제 대회를 통해 하나라도 더 느끼고, 성장을 위한 과정으로 발판을 삼으면 된다.
대표팀은 3일 A조 1위 일본과 결선 라운드 2차전을 치른다. 7~8점차 이상의 대승을 거두면 복잡한 셈을 거쳐 결승전에 오를 수 있어 긴장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결선 라운드에 1승씩을 안고 올라왔기 때문에 한국이 일본을 이기면 2승1패, 예선에서 대만을 눌렀던 일본도 2승1패가 된다. 대만 역시 결선 2라운드 중국전을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 2승1패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 순위 산정 방식은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규정을 따른다. 먼저 동률팀 간 경기에서 승리한 팀이 우선하지만 세 팀은 물고 물리는 2승1패라서 이 규정은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세 팀 간의 맞대결에 한해 산정한 팀성적지표 (Team’s Quality Balance)를 따진다. TQB는 득실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산술 공식은 (총득점/총이닝)-(총실점/총이닝)이다. 여기에서도 동률을 이루면 팀성적지표-자책점(TQB-ER)차가 높은 팀, 다음은 동률팀 간 경기에서 높은 타율을 기록한 팀이 앞선다. 그리고 마지막은 동전던지기다.
타이중(대만)=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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