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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구 중 1가구는 싱글족…“혼밥ㆍ혼술ㆍ혼영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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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구 중 1가구는 싱글족…“혼밥ㆍ혼술ㆍ혼영 즐겨요”

입력
2016.09.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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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1인 식당 늘어

샤브샤브 1인 식당 ‘샤브보트’

평일에도 줄 설 정도로 인기

“연내 가맹점 30여곳 낼 것”

불황에도 1인 가구 소비 증가

경제력 갖춘 20,30대 싱글족

스스로에 아낌없이 지갑 열어

‘솔로이코노미’ 신조어 생겨

샤브샤브 전문점 채선당이 혼밥족을 겨냥해 서울 대학로에 낸 샤브샤브 1인 식당 ‘샤브보트’ 2호점에서 혼자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이 ‘바’ 자리에서 편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 샤브샤브의 비수기인 7월 말 문을 연 후에도 점심시간에는 대기를 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샤브샤브 전문점 채선당이 혼밥족을 겨냥해 서울 대학로에 낸 샤브샤브 1인 식당 ‘샤브보트’ 2호점에서 혼자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이 ‘바’ 자리에서 편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 샤브샤브의 비수기인 7월 말 문을 연 후에도 점심시간에는 대기를 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늘 먹던 걸로 주세요.”

1일 점심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위치한 샤브샤브 전문점 채선당의 1인 식당 ‘샤브보트’는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들로 만석이었다. 지난 3월 문을 연 이 식당은 단골 혼밥족까지 생겼을 정도다. 혼밥하기 힘든 메뉴인 샤브샤브를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아예 1인 샤브샤브 전문점이라고 내걸었던 게 통했다. 샤브보트는 냄비 등 식기와 전기레인지(인덕션)를 1인 기준으로 구성해 제공한다. 하루에도 평균 7번씩 자리가 꽉 차고, 식사 시간이 아닌 평일에도 줄을 선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샤브보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패밀리레스토랑이 있었던 자리다. 채선당 관계자는 “샤브샤브는 보통 2명 이상이 먹는 음식인데 요즘 1인 가구가 늘면서 혼밥족이 화두가 되고 있어 1인 식당을 열게 됐다”며 “대학로와 현대백화점 울산점에 문을 연 2호ㆍ3호점도 반응이 좋아 올해 안으로 가맹점을 30여곳으로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행을 가장 빠르게 잡아낸다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1인 식당이 늘어날 정도로 요즘에는 혼자 밥 먹는 ‘혼밥족’이 대세다.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풍경도 이젠 자연스러운 일이다. 밥뿐 아니라 혼자 술 먹는 ‘혼술족’, 혼자 영화보는 ‘혼영족’, 혼자 여행하는 ‘혼행족’ 등 혼자를 즐기는 문화가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크게 증가하면서다. 1인 가구 수는 어느덧 네 가구 중 한 가구 꼴로 늘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만해도 226만가구(15.6%)였던 1인 가구가 지난해엔 511만 가구로 2배 가까이 늘어 전체 가구의 27.2%를 차지했다. 2025년에는 30%를 넘기고, 2035년에는 34.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 가구가 자녀가 없는 부부 가구나 핵가족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은 가족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혼자 노는 문화 역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혼자 놀기를 예찬하는 자발적인 혼놀족들도 이제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혼자인 사람들에 대해 친구가 없는 외톨이나 불쌍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보던 편견도 사라지고 있다. 직장인 최모(30)씨는 한 달에 한 번은 퇴근 후 집 앞 술집(바)에 가서 혼자 맥주를 홀짝인다. 최씨는 “친구들을 불러낼 수도 있지만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즐기게 됐다”며 “삼삼오오 어울려 시끄러운 공간에 혼자 있으면 오히려 사람들에게 얽매였던 순간에서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도 혼자 노래방에 가서 한 시간 동안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혼자인 게 괜히 어색했지만 점차 사람들이 나에게 그렇게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20세부터 혼자 살아온 9년차 직장인 장모(37)씨는 혼자인 게 더 익숙한 경우다. 오후 6시쯤 퇴근해 한 시간 반 동안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와 투자한 주식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책을 몇 장 들춰보면 금세 밤 11시가 되는 게 장씨의 일과다. 그는 “생활에 여유가 없는데다 하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이 많아 시간을 쪼개 쓰다 보니 누굴 만나 돈과 시간을 쓰는 것보다는 혼자 내 시간을 활용하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늦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1인 가구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1990년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27.8세, 여자 24.8세였다. 그러나 지난해엔 남자 평균 32.6세, 여자 30.0세로 늦춰졌다. 결혼하지 않은 채 혼자 사는 1인가구는 2000년부터 연평균 6.8%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30대의 젊은 싱글족들은 경제력을 갖춘데다 스스로에게는 아낌없이 주머니를 여는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어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의 경제적 영향력을 빗대 ‘솔로이코노미’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불황으로 가계 지출이 역대 최저를 찍은 가운데도 1인 가구는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1인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77.6%로 전년보다 3.3%포인트 늘었다. 100만원의 가처분 소득이 있으면 77만6,000원을 소비한다는 얘기다. 반면 2인 이상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70.9%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상학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구조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까 혼자 무엇인가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대단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요즘 젊은이들은 함께 하기 위해 타인에게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낄 뿐 아니라 일종의 집단주의에 대한 반발 정서도 강하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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