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선 후보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주요 공약과 언행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면서도 언론기피증이라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고 약점 많은 대선 주자로 꼽히는 만큼 빈도가 잦을수록 손해만 볼 기자회견을 기피하고 있다.
1일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기자회견 회수가 본선 후보 지명을 기점으로 크게 감소했고, 민주당 클린턴 역시 지난해 12월 이후 단 한 차례의 공식 기자회견을 갖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전날 멕시코를 방문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7월27일 플로리다 주 도럴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한 뒤 35일만에 갖는 회견이었다. 트럼프는 당내 경선 국면까지는 기자들과 훨씬 자주 만났다. 1월에는 2회, 2월에는 3회, 3월에는 5회, 4월에는 2회, 그리고 5월에는 2회의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이후인 6~8월에는 이 숫자가 매달 한 번으로 줄었다.
클린턴의 경우는 그를 지지하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마저 우려할 정도로 기자회견을 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5일 아이오와 주에서 가진 기자회견이 마지막이었으며, 그때도 7개의 질문을 받는 데 그쳤다. 클린턴 후보는 장거리 유세에 나설 때마다 취재진과 격리된 별도의 항공기를 이용해 움직이고 있다. 이는 과거 대선 주자들이 취재진과 같은 비행기를 이용하며 친밀감을 높이던 것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트럼프와 클린턴 후보의 언론기피는 자랑할 것보다 비난 받을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기자회견 때마다 막말과 기행으로 비판을 받아 왔으며, 클린턴도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 재단’ 운영비리 등 악재투성이다. 물론 클린턴 진영은 “공식 기자회견 이외에 유세 때마다 짧지만 수시로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며 고의적인 언론기피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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