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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좌파 물결 종말인가, 베네수엘라도 대규모 시위

입력
2016.09.0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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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행진했다. 카라카스=AP 연합뉴스
1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행진했다. 카라카스=AP 연합뉴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 요구

실정ㆍ부패 따른 경제난에다

국민소환 투표 늑장에 분노

친정부 측 맞불 집회로 대응

국가파산 위기에 몰린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1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에 이어 같은 남미 좌파 정권인 마두로 대통령의 하야 요구가 거세지며 중남미를 휩쓴 ‘핑크 타이드’(Pink Tideㆍ좌파 물결) 시대의 종말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대는 카라카스 주요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에 돌입했으며 베네수엘라 국기를 흔들며 “우리는 배가 고프다” “마두로의 퇴진에는 3,000만개의 이유가 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를 조직한 우파 야권연대 민주연합회의(MUD)의 헤수스 토레알바 사무총장은 “시위에는 95만~110만명이 참가했는데 최근 수십년 간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이날 시위를 촉발한 건 베네수엘라의 극심한 경제난이다. 현재 베네수엘라 정부는 현금이 고갈돼 밀가루, 달걀 등 식료품과 생필품의 수입대금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두루마리 휴지와 설탕을 구하기 위해 안데스 산맥을 넘어 이웃 콜롬비아에 원정 쇼핑을 가는 상황이다. 한 시위자는 “우리의 선택지는 시위를 하거나 굶어 죽는 것”이라며 “더 이상 정부가 두렵지 않다”고 CNN에 말했다.

하지만 좌파 정부의 실정과 부패가 시위의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그 동안 석유 수출에서 오는 막대한 ‘오일머니’로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며 방만한 복지 정책을 펼쳤다. 반면 산업 투자나 기업 육성은 등한시하다가 결국 2014년부터 이어진 저유가로 국가 재정이 파탄 났다. 더구나 18년 동안 장기 집권한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은 남미에서 가장 부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친정부 성향의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소환투표를 지연시키며 국민들의 분노를 야기했다. 야권은 지난 5월 마두로 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국민소환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유권자 1%(20만명)의 청원서명을 받아 선관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청원서명의 검증을 최대한 늦춘 선관위는 지난달 초 서명의 유효성을 인정한 후에도 다음 절차로 넘어가지 않는 상황이다.

선관위가 늑장을 부리는 이유는 국민소환투표 시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헌법에 따르면 국민투표가 마두로 대통령 임기의 3분의 2 지점인 내년 1월 10일 이전에 시행돼 가결되면 대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 투표가 그 이후에 치러지면 마두로가 물러나더라도 좌파 성향 부통령이 직을 승계하기 때문에 야권이 바라는 정권 교체는 물거품이 된다는 얘기다. 토레알바 MUD 사무총장은 “7일 다시 시위를 조직해 친정부 성향의 선관위를 향해 행진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일 것”이라며 “오늘 시위는 싸움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마두로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를 쿠데타로 규정하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친정부 맞불 집회에 참석한 마두로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에 겨우 3만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하며 “오늘 우리는 쿠데타를 물리쳤다.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아내와 함께 시위가 열린 지역에 있는 쇼핑몰로 영화를 보러 가겠다”며 반정부 시위대를 조롱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베네수엘라 정부가 외신들의 시위 취재를 막기 위해 프랑스 르몽드지 등 해외 기자 8명의 입국을 거부하기도 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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