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형 의료사고인 C형간염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 들어서만 전국 다섯 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서울 다나의원과 원주 한양정형외과, 서울 JS의원(옛 서울현대의원)에 이어 최근 전북 순창의 한 내과의원에서도 C형간염 환자가 200명 넘게 확인됐다. 며칠 전에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뛰어넘어 대학병원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해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건국대 충주병원이 자체 감염관리 과정에서 혈액투석환자 3명이 C형간염에 걸린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 병원은 의료서비스와 감염관리 등이 우수하다고 보건당국이 인증한 병원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C형간염은 백신이 없어 예방이 불가능하고 일단 감염되면 70% 이상 만성화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전될 위험이 크다. 약물 치료로 관리가 가능하다고는 하나 치료 비용이 상당하고 약물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 그만큼 C형간염은 무서운 병이다. 병을 고치러 병ㆍ의원을 찾았던 환자들이 오히려 의료진의 부주의와 돈벌이 욕심 탓에 심하면 죽을 수도 있는 병을 새로 얻어왔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정부는 국민의 0.6%인 약 30만명이 C형간염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나 실제 환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C형간염을 앓고 있는지 정확한 실태조사를 하는 게 급선무다. 국가검진 항목에 포함시켜 주기적으로 일제 검사가 이뤄지는 방안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C형간염을 ‘제3군 감염병’으로 지정해 더욱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현재 C형간염은 ‘지정감염병’에 속해 감염되더라도 신고 의무가 없다. 환자들이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한 감염 사실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C형간염이 제3군 감염병으로 지정되면 감염 사례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므로 보건당국이 실시간으로 감염 사례를 파악해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대책은 관련 법 개정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당장은 병ㆍ의원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의료진에 대한 감염예방 교육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국내 의료계는 C형간염 유병률이 1% 미만으로 낮다 보니 감염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의사는 물론 간호사, 간호조무사를 대상으로 C형간염의 위험성과 감염 대책 등을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 C형간염은 주사기 재사용만 금지해도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의료진과 병ㆍ의원에 대해서는 면허취소와 자격정지 외에 형사범으로 엄격한 처벌을 받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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