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심사 등 정세균 의장이 키맨
대선 정국 길목에서 野 길들이기 성격
“丁, 추경 틈타 민감 발언” 눈초리
“지도부 과잉 대응” 내부 비판도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논란’에서 새누리당이 추가경정예산안의 본회의 처리 무산 가능성까지 감수하며 강경 일변도로 나섰던 데는, 더 밀리면 정국 주도권을 놓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야당 출신인 정 의장에 대한 ‘길들이기’ 성격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정치권은 개회사 논란이 파국으로 치달았던 배경에 새누리당의 정치 공학적 대응이 있다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그간 정 의장을 묶어놓지 않으면 정기국회는 물론 내년 대선정국에서도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정기국회에서 심사하는 정부 예산이 내년 대선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세법 등 예산안부수법안의 파급력 또한 본예산을 능가할 것이란 전망이 많은데, 이 과정에서 정 의장이 ‘키맨’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산안부수법안 지정 권한 및 법안 직권상정 등 정 의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적지 않다.
그래서 정 의장 길들이기의 빌미를 찾고 있던 차에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오자 사전 준비된 듯한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일찍부터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리로 정 의장을 압박해 왔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정 의장이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문제를 언급한 데 대해 “선의의 사회자가 돼야 할 의장이 100% 야당의 편에 선다면 앞으로 어떻게 거중조정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맹비난했다.
정 의장의 발언이 정치의 금도를 넘어섰다는 배신감 또한 작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추경안 처리가 한시가 급해 정부ㆍ여당의 손발이 묶일 것으로 예상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등 박근혜 정부의 아킬레스건과도 같은 문제를 거론했다고 보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의원총회에서 “정 의장이 뻔히 계산된 정치테러를 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 의장 발언의 적절성과 별개로 새누리당 지도부가 과잉대응 했다는 당내 비판도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논란 직후 국회의장 사퇴결의안 제출, 상임위원회 불참, 정기국회 일정 보이콧 등 쓸 수 있는 카드를 한꺼번에 쏟아내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우왕좌왕 했다”며 “국민의당이 손을 빌려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겠냐”고 반문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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