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엔 “실체 없다” 종결
박수환ㆍ송희영 새 연결고리로
민유성 전 산은 회장 떠올라
MB정부까지 겨냥할 수도
검찰이 박수환(58ㆍ구속)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와 송희영(62) 전 조선일보 주필에 대한 전방위 계좌추적에 나서는 등 남상태(66)ㆍ고재호(61)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들의 연임 로비 의혹 수사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남 전 사장의 경우 이미 6년 전 연임 로비 의혹이 불거져 당시 검찰 수사도 이뤄졌으나,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 동안 소문만 요란했던 대우조선 사장 연임 로비의 진상이 이번에야말로 낱낱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남 전 사장이 검찰 수사선상에 처음 오른 것은 2009년이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대우조선 납품비리 사건과 관련, 남 전 사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살펴봤으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그의 뒷돈 수수 단서를 포착하고도 혐의 입증에 실패, 내사종결 처리했다. 이듬해 8월 검찰은 “남 전 사장이 대우조선 협력사인 임천공업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뒤,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에게 30억원가량의 금품을 건네며 연임 로비를 했다”는 첩보를 토대로 남 전 사장 수사를 재개했다. 하지만 수사결과는 임천공업 이모 대표와 천 전 회장 사이의 ‘직거래’였다.
같은 해 11월 강기정 당시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남 전 사장 연임 로비의 몸통은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라고 폭로해 한바탕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 여사의 동생인 고 김재정씨,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손윗동서인 황태섭씨 등도 로비 대상으로 거론됐다. 이귀남 당시 법무장관은 “검찰이 남 전 사장 연임로비 의혹을 보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명박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이었던 만큼 수사는 사실상 거의 진행되지 못했다. 검찰의 결론은 “남 전 사장 연임로비 의혹은 실체가 없다”는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검찰총장은 박 대표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준규 전 총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무엇보다 ‘박수환ㆍ송희영’이라는 새로운 연결고리가 검찰에 포착됐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최근 “박 대표가 대우조선과 2009년 맺은 ‘3년간 20억원’ 홍보용역 계약은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 명목”이라고 밝혔다. 남 전 사장이 연임을 위해 금품 로비를 벌인 사실이 공식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아울러 남 전 사장의 후임인 고 전 사장 측의 연임 로비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관계자는 “송 전 주필이 지난해 대우조선 고위층의 연임을 부탁하는 로비를 해 왔다”고 말했다. 우병우(49)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을 물타기하려는 정치적 저의가 의심되긴 하지만, 어쨌든 사실상 공기업인 대우조선 사장들의 연임 로비 관행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최대 관심사는 역시 로비의 ‘최종 윗선’이다.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박 대표, 송 전 주필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민유성(62)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다. 하지만 송 전 주필 사례에서 보듯 검찰의 칼끝은 그보다 더 위를 겨누게 될 공산이 크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대우조선 사장 선임권은 형식적으론 산은에 있지만, 청와대의 ‘오케이’가 필요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했다. ‘명예회복’에 나선 검찰이 과연 어디까지 파헤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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