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이세돌 9단
흑 박정환 9단
<장면 8> 상변 흑돌이 고스란히 다 잡혔으니 흑은 반드시 하변 백 대마를 잡아야 역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이미 살펴봤듯이 그냥 잡을 수는 없고 실전처럼 패를 만드는 게 최선이다.
박정환이 1로 패를 따내서 본격적인 패싸움이 시작됐다. 2부터 7까지 두 선수가 서로 한 번씩 패를 따낸 다음 이세돌이 다시 8로 대마가 살자는 패감을 썼다. (4 … △, 7 … 1) 한데 이 장면에서 박정환이 잠시 손을 멈추고 한참 동안 반면을 둘러보며 고심하다가 패감을 받지 않고 9(△)로 꽉 이어서 패를 해소했다. <참고1도>처럼 패를 계속해 봤자 백에게 워낙 자체패감이 많아서 흑이 도저히 패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흑이 패를 하지 않고도 백 대마를 잡을 수 있는 것일까. 정답부터 밝히자면 ‘아니다’이다. 이세돌이 10, 11을 교환한 다음 12로 한 칸 뛴 게 정확한 응수다. 흑이 백 대마를 잡으려면 일단 <참고2도> 1, 3으로 집 모양을 없애야 하는데 백이 4, 6을 선수한 다음 8로 2선에 껴붙이는 게 멋진 맥점이어서 이후 흑이 어떻게 변화해도 백 대마를 잡을 수 없다. 예를 들어 9, 11이면 10, 12로 간단히 연결이다. 조금 복잡한 진행이지만 이 정도 수읽기야 정상급 기사들에겐 거의 외길 수순이나 마찬가지다. 이 장면에서 박정환이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선선히 돌을 거뒀다. 140수 끝, 백 불계승, 이세돌이 결승 5번기 첫 판을 먼저 이겼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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