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이미 판매된 갤럭시노트7 전 제품을 새로 교환해주기로 결정하며 삼성의 품질 완벽주의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품질에 대해선 추호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게 재계 해석이다.
이 회장은 삼성 제품의 디자인과 품질개선 문제 등을 고민하던 지난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임원 200여명을 소집, “불량은 곧 암이다. 삼성은 양(量) 위주의 의식·체질·제도·관행에서 벗어나 질(質)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며 ‘신경영’을 선포했다. 처음엔 일부 임원과 사장들이 “아직까지 양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재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뜻은 확고했다. 이 회장은 “100만개 중에 1개의 불량이 나면 불량률이 낮다고 할 지 모르지만, 그 하나를 선택한 소비자는 100% 삼성 제품이 불량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며 완벽한 품질 관리를 요구했다. 이 때부터 품질 완벽주의는 삼성이 가장 중시하는 원칙으로 자리잡았다.
삼성의 품질 완벽주의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는 바로 95년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의 ‘불량 제품 화형식’이다. 삼성전자 무선전화기 사업부는 94년 휴대폰 애니콜 출시를 서두르다 불량률이 11.8%까지 치솟았다. 이 회장은 이듬해 1월 불량품을 무조건 새 제품으로 바꿔줄 것을 지시했다. 수거된 불량 휴대전화 15만대(약 500억원)는 같은 해 3월 경북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직원들이 해머로 산산조각 낸 후 모두 불태워졌다. 이 장면을 임직원 2,000여명이 지켜봤다.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집에서 사용하던 지펠 냉장고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던 2009년 10월에도 국내에서 판매된 양문형 냉장고 21만대를 대상으로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다. 냉장고 21만대 리콜은 당시 국내 백색 가전업계 사상 처음이자 최대 규모였다. 삼성전자는 당시 “문제발생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리콜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삼성은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했고, 반도체 D램, 평판 TV, 스마트폰 등의 제품이 속속 세계 1위에 오르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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