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의 영국본사가 국내 가습기 살균제 판매 초반부터 깊이 개입했다는 증언이 공개됐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옥시 신현우 전 사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옥시 전 직원 이모씨의 증언을 공개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9일 열린 재판에서 “광고나 라벨을 변경할 경우 영국 본사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신 전 사장은 가습기 살균제 광고에 ‘살균 99.9%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흡입독성실험 등 안전성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이씨는 2003년 당시 옥시에서 근무하며 해당 문구를 직접 기안한 당사자로, 2005년부터 2006년까지 레킷벤키저 본사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이씨는 당시 재판에서 “라벨문구와 TV광고는 영국 본사에서 전략안을 보여주면 한국에서 기획안을 만들고, 관련 부서와 협의를 하고, 국내 마케팅 디렉터, 싱가폴에 있는 동아시아 지역 마케팅 디렉터, 영국본사 카테고리 디렉터의 승인 등을 받아야 한다”며 “특히 광고나 라벨변경을 할 때는 영국본사와 마케팅 매니저와 레킷벤키저(본사) 마케팅 디렉터에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영국 본사도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옥시레킷벤키저코리아도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양쪽이 항상 합의를 해야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양쪽에 다 보고를 했다”며 “옥시는 당초 ‘가습기당번’이었던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옥시싹싹 브랜드로 편입시키는 것을 본사 카테고리매니저 안소니 파머에게 보고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영국본사가 옥시 가습기 살균제 판매 초기부터 구체적인 업무에 개입했다는 의미다.
정 의원은 “레킷벤키저가 광고나 라벨 변경시 직접 보고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검찰은 즉각 영국 본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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