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온 탕아’를 맞는 것처럼 반갑다.
1일 중국과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3-2 승리를 이끈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청용(28ㆍ크리스탈 팰리스) 이야기다.
그는 1-0으로 앞서던 후반 18분 지동원(25ㆍ아우크스부르크)의 크로스를 통렬한 헤딩슛으로 연결해 그물을 갈랐다. ‘블루 드래곤’이라는 별명처럼 한 마리 용이 솟구쳐 오르는 듯했다. 후반 초반 중국의 반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흐름을 단번에 바꾸는 골이었다. 작년 9월 라오스와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 이후 1년 만에 맛 본 A매치 득점이다. 지동원의 품에 안겨 골 세리머니를 펼친 그는 환하게 웃으며 왼팔을 번쩍 들어 그 간의 마음 고생을 털어냈다.

이청용은 은퇴한 박지성(35)의 뒤를 이어 한국축구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할 것으로 한 몸에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2011년 7월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른쪽 정강이뼈가 두 동강 나는 큰 부상을 당한 이후 1년여 만에 복귀한 뒤 좀처럼 예전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당시 소속 팀 볼턴이 챔피언십(2부 리그)으로 강등돼 2시즌 연속 1부 리그 승격에 실패하면서 팬들에게도 잊혀진 선수가 됐다. 작년 2월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한 뒤 재기를 별렀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소속 팀에서 거의 뛰지 못하며 골감각을 잃었고 작년 시즌 막판 앨런 파듀(55) 크리스탈 팰리스 감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다가 구단으로부터 징계를 받기도 했다. 지난 6월 대표팀의 유럽 원정 평가전 때는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국가대표 감독의 부름조차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청용은 올 시즌 팀을 옮길 것이란 전망을 깨고 잔류하며 재도전에 나섰다. 여름 휴식기 때 착실히 훈련해 몸을 만들었다. 이번 시즌 1,2라운드에서 선발 출전하는 등 3경기 연속 그라운드를 밟자 슈틸리케 감독이 그를 다시 발탁했다. 중국전에서 보여준 가벼운 몸놀림은 부활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6일 시리아와 최종예선 2차전에서도 이청용은 중책을 맡을 전망이다. 손흥민(24ㆍ토트넘)이 중국전만 마치고 소속 팀으로 돌아간 상황이라 이청용과 지동원이 측면 날개로 선발 출전해 공격의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1일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선 그는 환하게 웃으며 “개인적으로 골을 넣어 굉장히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아직 완벽한 경기력이 아니다”고 몸을 낮춘 뒤 “시리아전은 좀 더 신중하게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