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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 21명 살린 생명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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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 21명 살린 생명벨트

입력
2016.09.0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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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곰내터널서 통학버스 전복

가벼운 찰과상뿐 모두 귀가

2일 부산 기장군 곰내터널을 지나던 유치원 버스가 사고로 90도로 넘어져 있다. 부산소방본부 제공
2일 부산 기장군 곰내터널을 지나던 유치원 버스가 사고로 90도로 넘어져 있다. 부산소방본부 제공

“평소 철저하게 지킨 작은 안전수칙이 큰 사고를 막았습니다.”

2일 오전 11시쯤 인솔교사와 유치원생 등 모두 22명을 태운 미니버스(25인승)가 부산 기장군 정관읍 곰내터널에서 오른쪽으로 넘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버스는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 소재한 한 유치원 버스로, 기장군 장안읍 유아교육원 견학을 위해 이동하던 중 철마에서 정관 방향 300m 지점에서 90도로 넘어졌다. 사고 순간 버스 안은 한때 어린이들의 울음소리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하지만 차량에 탑승한 어린이 전원이 안전벨트를 매고 있던 덕분에 몇몇 어린이들이 찰과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면 인명피해는 없었다.

인솔교사인 정모(25ㆍ여)씨는 유치원을 출발하기 전 어린이들에게 안전벨트 매기와 이동 중에 필요한 안전수칙을 교육했다. 이날도 정씨는 어린이들이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한 것을 확인한 뒤 자리에 앉았다. 사고 후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한 정 교사는 차가 전도된 뒤에도 침착하게 어린이들을 한 명 한 명 창문을 통해 안전하게 도로변으로 나가도록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의 활약도 대형사고를 막았다. 사고 버스를 뒤따르던 차량에서 내린 시민들은 버스가 넘어지자 차를 세우고 망설임 없이 버스로 다가갔다. 옆으로 누운 버스 내부로 들어갈 방법이 여의치 않자 시민들은 일제히 자신의 차량에서 비상용 망치나 골프채를 꺼내 들고 버스 진입을 시도했다. 시민들은 공포에 떠는 어린이들과 인솔교사, 운전사를 한 명씩 밖으로 구조하고, 구조된 어린이들이 다친 곳은 없는지 일일이 살폈다. 겁에 질려 우는 아이들에겐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심시켰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한 소방대원은 “사고 버스가 어린이보호차량임을 확인하는 순간 자칫 대형 인명피해일 것 같은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며 “모두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새삼 안전벨트 착용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당시 버스에는 운전자 김모(76)씨를 비롯해 인솔교사 정씨와 5∼6세 유치원생 21명이 타고 있었다. 구조대원들이 아이들과 인솔교사를 인근 기장소방서로 데려가 건강상태를 확인한 결과 김모(6)군 등 2명이 귀와 이마 등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어 근처 병원으로 옮겼다. 나머지 아이들 중 10여명이 어깨 등에 가벼운 통증과 찰과상을 입었을 뿐 크게 다치지 않아 유치원 원장에게 인계했다. 병원치료를 받은 2명의 어린이도 간단한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다.

유치원 관계자는 “평소 아이들에게 안전벨트 매는 것을 습관화하는 교육을 해왔다”며 “덕분에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 같아 정말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운전자 김씨는 “터널에 진입하자마자 버스가 좌우로 마구 흔들리다가 사고가 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제한속도 시속 80㎞인 터널 안을 시속 50㎞로 달리다 사고 지점에서 갑자기 미끄러지면서 오른쪽으로 넘어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운전부주의로 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져 바퀴가 터널 가장자리에 있는 턱에 부딪혀 넘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차량결함 등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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