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이 지나간 가을 극장가는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활약으로 눈부시다. 할리우드의 대표 지성으로 꼽히는 조디 포스터(54)와 내털리 포트먼(35)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가 경쟁하고, 크리스틴 스튜어트(26)는 두 편의 영화로 한국 관객들을 찾는다.
“여전히 제작사들은 여성 감독을 감당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5월 영화 ‘머니 몬스터’(8월 31일 개봉)의 감독으로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조디 포스터는 기자회견에서 할리우드의 보수성을 비판했다. 그 당당함의 바탕엔 자신감도 깔려 있었을 터. ‘꼬마천재 테이트’ ‘비버’ 등으로 이미 연출력을 인정받은 그는 ‘머니 몬스터’에서도 유머와 풍자, 휴머니즘까지 담아내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영화는 월스트리트 주가를 좌지우지하는 라이브쇼 ‘머니 몬스터’ 스튜디오에 카일(잭 오코넬)이 총과 폭탄을 들고 난입하면서 시작된다. IBIS 회사의 주가 폭락으로 하루아침에 8억 달러를 날린 카일은 ‘머니 몬스터’의 진행자 리 게이츠(조지 클루니)를 인질로 잡고 주가 폭락의 진실을 밝히라며 협박한다. ‘머니 몬스터’의 PD 패티(줄리아 로버츠)는 흥분한 카일을 달래면서 제멋대로인 리를 통제하고, 인터넷 해커까지 동원해 IBIS의 주가 폭락 원인도 밝혀낸다. 생방송과 테러라는 손끝이 저릿한 극적인 상황은 관객들을 긴장 상태로 몰아넣는다.

내털리 포트먼도 만만치 않은 첫 장편 영화를 내놨다. 연출, 각본, 주연까지 1인 3역을 담당한 영화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1일 개봉)는 1940년대 이스라엘의 불안한 정국을 다뤘다.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의 자전적 소설 ‘삶과 죽음의 시’가 원작이다. 이스라엘 국적의 아버지 밑에서 유대인 교육을 받은 포트먼이 이스라엘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든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영화는 문학을 사랑하지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문학적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파니아(내털리 포트먼)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불안 심리까지 겹치면서 스스로 무너지는 가슴 아픈 이야기다. 아들 아모스(아미르 테슬러)의 시선으로 그려져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영어 독일어 히브리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한 포트먼은 이번 영화를 히브리어 대사로 채우며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영화 ‘이퀄스’(8월 31일 개봉)와 ‘카페 소사이어티’(14일 개봉)로 과거와 미래에서 사랑을 속삭인다. 그는 인간의 감정이 통제된 미래 사회를 그린 ‘이퀄스’에서 생전 처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여자 니아를 연기했다. 상대는 ‘웜 바디스’의 매력적인 좀비 역의 니콜라스 홀트다. 사랑을 지키기 위한 두 사람의 목숨을 건 탈출 계획은 손에 땀을 쥐게 하기에 충분하다.
우디 앨런 감독의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스튜어트는 1930년대 할리우드의 매력녀 보니로 변신한다. 보니는 성공을 꿈꾸는 뉴욕 남자 바비(제시 아이젠버그)와 사랑을 시작하지만 뉴욕에서 함께 살자는 바비의 청혼을 거절한다. 지난해 코믹 스파이 영화 ‘아메리칸 울트라’에서 연인 호흡을 맞췄던 스튜어트와 아이젠버그의 로맨틱 복고 영화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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