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말한다. 고교 야구에서는 더욱 그렇다. 에이스 한 명이 승부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대만 타이중에서 막을 올린 21회 18세 이하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에는 한국과 일본, 대만이 모두 정예 멤버를 꾸렸다. 한국은 봉황대기, 일본은 고시엔대회 올해 일정을 끝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시아 대회는 언제나 그렇듯 한국과 일본, 대만이 우승을 다툰다. 세계 대회와 달리 신경 써야 할 팀이 적어 서로 ‘현미경 분석’에 들어간다. 그리고 가장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상대 팀 에이스의 투구 분석이다.
이미 세 팀은 경계할 투수를 점 찍었다. 한국은 고우석(충암고), 일본은 데라시마 나루키, 대만은 천후가 상대 레이더망에 들어갔다. 18세 동갑내기 3인방에 대해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터 역시 이들의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한다.
LG에 1차 지명을 받은 고우석은 대표팀 투수 중 가장 위력적인 공을 뿌린다. 지난해 겨울 무릎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지만 지금 몸 상태는 아무런 후유증이 없다. 지난달31일 중국과 예선전에 첫 등판해 최고 시속 148㎞를 찍었다.
변화구 제구가 약간 흔들렸지만 그는 “던지면서 컨디션도 올라가고 있다”며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어 “일본과 대만에 좋은 투수들이 있지만 그들과 맞대결을 한다고 해도 긴장하거나 의식할 필요는 없다”면서 “팀 우승으로 내가 마지막에 웃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일본은 수준급 투수가 넘쳐나지만 단연 최고는 왼손 정통파 데라시마다. 벌써부터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최대어로 평가 받고 있다. 데라시마는 지난달 30일 홍콩전에 5이닝 12탈삼진 노히트 투구를 했다. 최고 시속 150㎞에 달하는 빠른 공과 다양한 변화구, 정교한 제구력을 갖췄다.
데라시마의 투구를 지켜본 서정 대표팀 전력분석원은 “우리 팀과 경기할 때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형적인 일본 에이스들처럼 좌우 코너를 찌르는 정교함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또 “커브가 좋은 투수로 알고 있는데 상대 팀이 약체라서 감춘 것 같았다”며 “우리 타자들이 변화구에 잘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만의 에이스는 천후다. 그는 이미 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 대만프로야구 중신 슝디에 1차 지명을 받고, 계약금 8억원 가량에 사인했다. 천후는 8월31일 일본전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나가 2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서정 전력분석원은 “시속 140㎞ 중반대의 공을 던진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날 150㎞를 한 차례 찍었다”며 “공이 묵직하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잘 던진다”고 설명했다.
타이중(대만)=글ㆍ사진 김지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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