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오픈 테니스대회 메인 코트인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바로 지붕이다.
13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US오픈테니스의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 우천 대비 지붕이 설치된 점이다. 2013년 지붕 건설 계획을 밝힌 미국테니스협회(USTA)는 1억5,000만달러(약 1,670억원)를 들여 메인 코트에 접이식 지붕을 장착했다. 4대 그랜드슬램대회 중 호주오픈과 윔블던에 이은 세 번째 지붕 설치다.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라파엘 나달(30ㆍ스페인)과 안드레아스 세피(32ㆍ이탈리아)의 남자단식 2회전 경기 도중 비가 내리는 바람에 US오픈에서 처음으로 지붕을 닫고 경기가 진행됐다. 지난달 2일 완공식때 시범 개폐와 29일 개막 행사 이후 경기 도중 지붕이 닫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중들은 휴대폰을 꺼내 지붕이 닫히는 ‘역사적인’ 광경을 촬영했고, 선수들은 코트를 떠나지 않은 채 벤치에 앉아 지붕을 지켜봤다. 지붕이 완전히 닫히기까지 5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됐고 경기가 지연된 시간은 단 7분에 불과했다. 닫힌 지붕 아래서 나달은 3-0으로 세피를 제압했다. 규정 상 경기 중 지붕이 닫히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다시 열리지 않는다.
경기를 마친 후 나달은 “US오픈의 지붕이 닫히는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기쁘다. 아서 애시 스타디움은 매우 크기 때문에 지붕이 열려있어도 바람이 거의 없다. 지붕이 닫힌 후에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2일에도 비가 이어져 앤디 머레이(29ㆍ영국)와 마르셀 그라노예르스(30ㆍ스페인)의 경기는 처음부터 지붕을 닫고 시작했다.
그러나 지붕을 닫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빗방울이 지붕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경기장 안으로 전달되고, 경기장 안에서 팬들이 내는 소음이 더 크게 들린다는 것이다. 머레이는 “선수들이 집중력을 유지하거나 상대의 샷 소리를 듣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머레이는 “처음엔 지붕을 닫는 사이에 관중이 갑자기 더 많이 들어온 줄 알았다”며 “그러나 비가 지붕을 때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서 그렇게 느낀 것이었다”고 지붕을 닫고 경기를 치른 소감을 밝혔다.
USTA의 고든 스미스 전무 이사는 “지붕을 닫았을 때 소음이 더 큰 것은 확실하다”며 “그러나 선수나 관중 모두 조금씩 여기에 적응하면서 바뀌어 나갈 것이다. 우리도 그런 부분을 검토해 더 좋은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US오픈의 메인 코트에 지붕을 설치하면서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프랑스 오픈만 지붕 시설이 없는 대회로 남게 됐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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