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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판사 구속영장에 법원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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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판사 구속영장에 법원 패닉

입력
2016.09.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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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답게 잘못 시인해야 했는데… 극구 부인하다 이리 되니 배신감”

현직 부장판사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긴급 체포되고 구속 영장이 청구된 1일 사법부는 패닉에 빠졌다. 수도권 지방법원 김모(57) 부장판사와 정운호(51ㆍ구속)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올 4월 말 이후 검찰 수사를 초조하게 기다린 법원은 비위 사실이 구체화되자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고, 당사자의 거짓 해명에 대해 배신감도 표했다.

서울 소재 법원의 A 판사는 “25년간 법복을 입은 판사가 직무(재판)를 의심 받는 혐의(뇌물수수)를 끼고 긴급 체포되는, 가장 좋지 않은 포맷으로 기소될 처지여서 충격적”이라며 “비참하다는 얘기 말고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 김 부장판사는 인품이 좋다는 평판이 많았다. A 판사는 김 부장판사에 대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에서 밀린 뒤에도 계속 법관으로 재직하는 모습에 사욕에는 큰 미련이 없는 분으로 알았다”며 “그런 판사가 사법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와 과거 같은 법원에서 근무한 B 판사는 “평소 인품이 좋기로 알려진 판사가 이런 일에 휘말린 자체가 놀랍고 충격적이다”라고 털어놨다.

다른 재경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본인이 범죄사실을 얼마나 인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긴급체포와 영장 청구 사실 자체가 당황스럽고 힘 빠지게 하는 상황”이라며 “에휴”하고 한숨만 거듭했다.

또 다른 C 부장판사는 의혹 제기 이후 김 부장판사의 처신도 문제 삼았다. 그는 “판사답게 잘못한 부분은 시인하는 대목도 있어야 하는데 의혹을 극구 부인하다가 이리 되니 배신감이 크다”고 털어놨다. 김 부장판사는 올해 4월 25일 공보라인을 통해 “정운호를 알지 못한다”고 했으며, 관련 보도가 계속되자 지난 16일 휴직신청서를 내면서도 “금품수수 정황 의혹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었다.

대법원은 부장판사의 성매매에 이어 김 부장판사의 영장 청구까지 악재가 거듭되자 오는 13일 열릴 ‘법원의 날’ 행사를 지난해와 달리 외부 인사 등 초청 없이 간소하게 개최하기로 정하는 등 ‘자숙 모드’방침을 정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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