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발언록 입수 과정서 정부ㆍ與 인사 개입 땐 파장 클 듯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 감찰과 관련해 이석수(53) 특별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가 나눈 대화 내용이 MBC로 흘러 들어간 전체 경로에 대해 검찰이 추적에 나섰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MBC가 문제의 발언록을 입수한 과정에 현 정부나 여권 인사 등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1일 검찰 등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내용 누설 의혹을 최초 보도한 MBC 취재진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검찰은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내용 누설 혐의 수사를 위해선, 관련 의혹이 공개된 일련의 과정을 모두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 MBC 기자 1, 2명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해당 통신사로부터 제공받았다.
앞서 MBC는 지난달 중순 “이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우 수석 감찰조사 내용을 누설한 정황이 담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록이 외부로 유출됐고, 이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현 정부 실세인 우 수석 감찰에 나선 이 특별감찰관은 청와대로부터 “국기를 흔드는 행위를 한 것”이라는 맹공을 당하는 등 거꾸로 수세에 몰렸다. 그는 지난달 18일 우 수석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지만, 한 보수단체의 고발로 본인 역시 검찰 수사대상이 됐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0일 지면에서 “특정 언론사 기자는 본지 이명진 기자였으며, 법조팀 내부에서 카톡으로 공유한 취재메모가 통째로 유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MBC 취재진의 통화내역을 조회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사실 검찰로선 이 특별감찰관과 이 기자를 상대로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아들 운전병 인사랑 정강이다” 등의 대화를 나눈 게 사실인지 확인한 뒤, 특별감찰관법 위반 여부의 법리검토 정도만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검찰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자칫 우 수석 측을 겨냥하게 될지도 모를 ‘강수’를 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사정기관 주변에선 MBC 보도를 두고 ‘우 수석 라인의 작품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고, 야권 등에선 “우 수석을 지키기 위한 정치 공작”이라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이 부분과 관련, 사법 처리가 가능할지 아직 불투명하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전화통화 또는 SNS 대화를 제3자가 몰래 엿듣거나 볼 경우, 그리고 이를 당사자 동의 없이 누설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조선일보 기자들 간 카톡 대화가 최초 유출된 과정에 불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조선일보부터 MBC까지, 전체 경로가 파악된 뒤에야 판단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검찰은 또, 우 수석의 가족회사인 ㈜정강이 사들인 4억원대 미술품의 행방도 파악 중이다. 작년 말 기준 정강의 재무제표에는 4억4,160만여원의 ‘서화’(書畵)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왔지만, 지난달 29일 압수수색 당시 정강 사무실에선 미술품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우 수석 측이 해당 미술품을 자택 등에 보관해 왔다면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검찰은 우 수석 측이 법인 명의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줄여 납부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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